이정효 광주FC 감독. 사진=프로축구연맹 달걀로 바위 치기. 아시아 무대에서 광주FC와 경쟁하는 팀들의 구단 가치를 보면, 이정효 감독의 지도력이 보인다.
이정효 감독이 지휘하는 광주는 지난 18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2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최종 8차전 홈 경기에서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와 2-2로 비겼다.
애초 광주는 12개 팀 중 5위였지만, 지난 19일 산둥 타이산(중국)이 대회를 중도 포기하면서 4위로 16강에 올랐다. AFC는 모든 팀의 산둥전 경기 기록을 제외하고 순위를 정했다. K리그 팀인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 HD는 각각 9, 10위로 ACLE 여정을 마쳤다.
아시아 무대에서 맹위를 떨치던 K리그 팀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 중국·일본뿐만 아니라 동남아 클럽들의 실력도 향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ACLE에 나선 동남아 팀들은 자국 선수 비율을 줄이고 대부분 외국인 선수로 베스트11을 꾸렸다. K리그는 외국인 선수 보유 제한(6명)이 있어 투자를 할 수 있어도 동남아 구단만큼 스쿼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정효 감독은 K리그에서도 어느 팀보다 열악한 환경 속 성과를 내고 있다. ACLE 리그 스테이지 7경기(산둥전 제외)에서 4승(2무 1패) 챙겼다. 공교롭게도 순위표 위에 있는 3개 팀(요코하마 F.마리노스·가와사키 프론탈레·조호르 다룰 탁짐)을 모두 이겼다.
IS 포토 각 구단 가치를 보면, 이정효 감독의 지도력을 체감할 수 있다. 축구선수들의 기량, 나이 등을 고려해 가치를 매기는 트랜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광주의 현재 선수단 가치는 820만 유로(124억원). 618만 유로(93억원)로 평가되는 센트럴 코스트 매리너스(호주)만이 ACLE 동아시아 지역팀 중 광주보다 스쿼드 규모가 작다.
센트럴 코스트는 7경기 무승(1무 6패)으로 리그 스테이지 11위로 ACLE 여정을 끝냈다. 광주와 센트럴 코스트 입장에서 경쟁 팀들의 면면을 보면 이번 대회에서 ‘달걀로 바위 치기’를 한 셈이다.
광주가 꺾은 요코하마, 가와사키 프론탈레(이상 일본)는 각각 1528만 유로(230억원), 1763만 유로(266억원)의 선수단 가치를 자랑한다. 두 팀이 ACLE 동아시아 지역 1~2를 마크했다. 광주가 이긴 말레이시아팀 조호르도 1418만 유로(214억원)로 평가된다. 광주는 팀 가치가 동아시아 지역 참가팀 중 두 번째로 높은 비셀 고베(일본)에만 패했다.
시장 가치는 사실상 ‘전력’이라고 볼 수 있는데, 광주는 몸집이 두 배 이상 큰 팀들 사이에서 반짝인 것이다. 달걀로 바위를 깼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다.
이정효 감독은 작은 몸집의 선수단뿐만 아니라 훈련 환경 등 열악한 조건에서도 빼어난 지도력으로 ACLE 16강행을 일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제 첫 관문을 통과한 이 감독과 광주의 도전은 점점 힘겨워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