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일은 자타 공인 거포다. 통산 홈런이 169개. 2015년부터 7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냈다. 대부분 그의 활약은 공격에 집중된다. 하지만 수비에서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다. 까다로운 내야 송구를 능수능란하게 받아낸다.
이순철 SBS Sports 해설위원은 오재일에 대해 "타격도 타격인데 내야수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수비를 보여준다. 1루수의 포구 능력이 불안하면 (내야수들이) 공을 잡은 뒤 '정확하게 던져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오재일은 웬만한 걸 다 포구한다"고 말했다.
오재일은 지난달 28일 대구 SSG전에선 수비로 실점을 막아냈다. 1-5로 뒤진 6회 초 2사 2루에서 이재원의 내야 땅볼을 잡은 유격수 오선진의 1루 송구가 짧았다. 하지만 원바운드를 완벽하게 계산한 오재일이 포구에 성공, 이닝을 종료했다.
오선진은 "공을 잘못 던지더라도 1루수에 따라 실책이 될 수 있고 아웃으로 이닝이 끝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1루 수비가 정말 중요한데, 재일이 형은 타깃이 크다 보니 던질 때 심리적으로 안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 소속팀(한화)에 있을 때도 수비를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와서 보니 정말 잘한다. 한화에서도 (김)태균이 형이 잘 잡아주셨는데 개인적으로 1루수 복이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1루까지 송구 거리가 먼 3루수 이원석도 '오재일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난해 121경기 10실책이었는데, 올해 4개(110경기)로 확 줄었다. 오재일 덕분에 내야 수비가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한 구단 단장은 "1루 수비만 놓고 보면 KBO리그 역대 최고 아닌가 싶다. 동체 시력도 좋다"며 "1루수가 공격 포지션이라 수비 가치를 높게 평가받지 않는 편인데 오재일의 수비 가치는 특별히 인정할 수준"이라고 극찬했다.
삼성은 매년 1루가 고민이었다.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가 활약한 2017~19년에는 큰 고민이 없었지만, 러프가 떠난 2020년 여러 선수를 돌려가며 기용했다. 외국인 타자 타일러 살라디노를 비롯해 이성규·이원석·이성곤·박해민·최영진 등을 다양하게 투입했다. 그러나 누구 하나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전문 1루수'가 없으니 수비 불안이 커졌다.
오재일은 약점을 채우는 필승 카드다. 삼성은 지난해 12월 두산에서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린 그를 4년 총액 50억원에 영입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거액 베팅으로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혔다. 그리고 톡톡한 영입 효과를 누리고 있다. 오재일은 29일까지 9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7, 22홈런, 78타점으로 활약하고 있다. 공격도 묵직한데 수비는 덤이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오재일은 리그에서 수비가 가장 좋은 선수가 아닐까 싶다"며 "악송구가 와도 부드럽게 잡아준다. 수비가 리그에서 톱"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