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 아이돌'이 '대전 아이돌'로 변신한다. KGC인삼공사 레프트 박혜민(21)이 새로운 모습으로 새로운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박혜민은 지난 4월 트레이드로 KGC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 데뷔 4년 만에 첫 이적. 섭섭함과 아쉬움이 교차했지만 눈물은 나지 않았다. 박혜민은 "제게 주어진 기회라고 생각했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님이 '수고했다, 고맙다'고 말씀해주셨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2018~19시즌 GS에 입단한 박혜민은 2년차부터 출전시간이 늘어났다. 외모 덕분에 '장충 아이돌' '장충 쯔위'란 별명을 얻으며 팬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엔 데뷔 후 가장 적은 14경기 밖에 뛰지 못했다. KGC 이적이 기회라고 말한 것도 그래서다. 박혜민은 '장충 쯔위란 별명을 못 쓰는 게 아쉽지 않냐'는 질문에 "괜찮다"라고 미소지었다.
박혜민이 이적에도 웃을 수 있던 이유는 또 있다. 든든한 선배 이소영(27)이다. 이소영은 박혜민에 앞서 FA로 KGC 유니폼을 입었다. 박혜민은 "언니가 가는 게 결정됐을 때 속상했다"며 "사실 지난해 너무 힘들어서 포기할까 생각도 했는데 소영 언니가 힘이 되어줬다. 좋은 말을 많이 해줘 버틸 수 있었다. 같이 뛰어서 정말 좋다"고 했다.
이소영만큼 든든한 사람은 사령탑 이영택 감독이다. 박혜민은 "이영택 감독님이 아빠같이 편하게 맞아주셨다. '아빠와 아들' 같은 사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예솔, 박은진, 정호영 등 선명여고 출신도 많아 적응도 빨랐다. 박혜민은 "표정만 봐도 기분을 알 정도로 서로 잘 아니까 편했다"고 했다.
박혜민은 KGC 이적 후 첫 공식경기인 8월 컵대회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친정팀 GS칼텍스를 상대로 19점을 올렸다. 단일 경기 기준 개인 통산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이다. 도로공사전에선 상대의 목적타 서브에 힘들어했지만, 현대건설전에선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박혜민은 "기회를 많이 주셔서 노력한 부분을 보여줄 수 있었다. 다만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리시브는 완벽하지 않았다. 그 부분이 아쉽다. 왜 그랬는지를 돌이켜보면서 연습했다"고 말했다. 최근엔 상대 블로킹을 이용한 공격을 익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박혜민은 "감독님이 '너무 힘으로만 하려고 하지 말라'고 한다. 기술적인 공격을 가다듬고 있다"고 했다.
주전 경쟁도 희망적이다. KGC인삼공사 레프트 한 자리는 이소영이 붙박이다. 나머지 한 자리를 두고 박혜민과 고의정, 이선우 등이 경쟁을 벌이는 구도다. 현재로선 리시브와 신장(1m81㎝) 모두 평균 이상인 박혜민이 먼저 기회를 얻을 듯하다.
비시즌 동안 몸 관리에도 집중했다. 한눈에 봐도 근육량이 늘어나 보였다. 지난해보다 늘어난 정규시즌(30경기→36경기)을 치를 준비가 됐다.
박혜민은 "데뷔 때는 너무 말랐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하는 건 아니다. 대신 식사를 신경쓰고 있다. 예전엔 '그냥 먹었고', 지금은 뭘 먹어야 할지 고민을 하면서 먹는다"고 했다. 대전=김효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