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지난겨울 구단 연봉 시스템을 바꿨다. 원기찬 대표이사 주도로 삼성경제연구소와 머리를 맞대 '뉴 타입 인센티브 제도'라는 신연봉제를 도입했다. 합의된 기준 연봉을 토대로 선수가 기본형과 목표형, 도전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방법이다. 별도의 인센티브가 없는 기본형과 달리 목표형(10%)과 도전형(20%)은 성적에 따라 추가 금액 수령이 가능하다. 원기찬 대표이사는 삼성카드 대표이사 재직 때 디지털 및 빅데이터 역량 강화 등으로 성과를 창출한 경험이 있다. 구단 경기력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방법을 고심하다 나온 게 신연봉제다.
예를 들어 연봉이 1억원인 선수가 도전형을 선택하면 20%가 차감된 8000만원이 기본 연봉이 된다. 하지만 구단과 정한 개인 기록을 넘어서면 차감된 2000만원 그 이상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연봉 5000만원 이상인 28명의 선수가 신연봉제 적용 대상자였다. 구단 발표에 따르면 이 중 7명이 목표형, 6명이 도전형을 선택했고 15명은 기존 방식인 기본형으로 연봉 협상을 마쳤다.
기준 기록은 직전 시즌이 아닌 최근 몇 년간의 누적 기록을 토대로 정했다. 직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닝, 타율, 홈런을 비롯한 클래식 스탯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선수 기록은 한 시즌 총 4쿼터(36경기당 1쿼터)로 나눠 쿼터별로 측정한다. 구단 고위 관계자는 "쿼터를 나눈 건 일관성도 있어야 하고 지속성도 있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구단 내부에서도 어떤 선수가 어떤 유형을 선택했는지 극히 소수의 관계자만 파악한다. 감독에게도 관련 내용을 함구한다. 감독이 선수의 연봉 조건을 알게 되면 기용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연봉제는 선수단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목표형과 도전형을 선택한 선수들은 정한 기록을 넘어서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부상으로 경기를 뛰지 못하면 전적으로 선수의 마이너스 요인이다. 한 선수는 "동기부여가 된다는 점이 가장 좋다. 특히 설정한 목표를 쿼터별로 달성할 수 있다는 게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은 올 시즌 괄목할만한 성적 향상을 이뤘다. 27일까지 75승 9무 58패를 기록, 리그 선두를 달렸다. 일찌감치 6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고 잔여 시즌 결과에 따라 정규시즌 우승에도 도전할 수 있다. 수년간 이어져 온 부진의 꼬리표를 끊어냈다.
구단 안팎에선 신연봉제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흘러나온다. 구단 고위 관계자는 "(효과는) 결과가 얘기해주는 것 같다. 확실하게 동기부여가 됐다"며 "(올 시즌 좋은 활약을 보여준) 중요한 선수들이 신연봉제에 포함돼 있다. 이 제도로 선수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지만 뒤집어 말하면 1년 내내 긴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어 "내년 시즌에도 적용될지는 섣불리 말하기 어렵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유지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