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렐라는 지난 4월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KBO리그에 첫선을 보였다. 애런 알테어(NC)와 함께 리그에서 가장 많은 홈런 9개를 때려냈다. 시즌 전체 홈런 29개 중 31%가 4월에 쏟아졌다. 더 눈길을 끈 건 공을 쪼갤 듯한 풀스윙에서 나오는 '총알 타구'였다. 대부분의 타구가 라인드라이브로 펜스를 넘어갔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피렐라의 4월 평균 타구 속도는 141.6㎞/h(인플레이 타구 기준)로 리그 평균인 134.6㎞/h보다 7㎞/h가 빨랐다. 높은 발사각(평균 19.2도)이 더해져 배럴(Barrel) 타구에 근접했다. 배럴은 세이버메트리션 톰 탱고가 만들어 낸 이상적 타구 지표 중 하나로 타구 속도 시속 98마일(157.7㎞/h) 이상, 발사각이 26~30도인 경우가 해당한다. 타구 질이 좋았던 피렐라는 전반기에만 타율 0.312(324타수 101안타), 20홈런, 65타점을 기록했다.
문제는 후반기였다. 모든 타격 지표가 하락했다. 특히 타구 속도가 급속도로 느려졌다. 피렐라는 7월 타구 속도가 131.1㎞/h까지 줄었다. 시즌 최저였다. 힘을 잃은 타구는 대부분 야수에 잡혔다. 월간 타율도 0.192로 낮았다. 도쿄올림픽 휴식기가 끝난 뒤 타구 속도를 약간 회복했지만 10월(134.6㎞/h) 다시 크게 떨어진 상태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대부분의 선수가 후반기 어려움을 겪는다. 체력 소모가 누적되기 때문이다. 올 시즌 4월과 10월 리그 평균 타구 속도를 비교하면 3.4㎞/h가 느려졌다. 그런데 피렐라는 이 차이가 무려 7㎞/h나 된다. 리그 평균을 훨씬 상회한다.
'총알 타구'가 사라진 건 발바닥 부상과 연관이 있다. 평발인 피렐라는 족저근막염(plantar fasciitis)이 심하다. 족저근막염은 발바닥 근육을 감싸고 있는 막에 생긴 염증인데 경기력과 직결된다. 허삼염 삼성 감독은 "(타석에서) 영향이 없다고 볼 수 없다. 타격할 때 지면에 대한 반발력이나 일체감을 느끼지 못해 상체 위주의 스윙이 연결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타격 지표가 하락세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피렐라의 트레이드 마크는 전력 질주다. 평범한 내야 땅볼에도 1루까지 거침없이 내달린다. 외야 수비에 빈틈이 보이면 한 베이스를 더 노린다. 그러나 발바닥 통증이 심해진 뒤로는 적극적인 주루도 실종됐다. 그 영향 때문인지 흥도 줄었고 개인 성적도 하락했다.
삼성은 지난달 31일 1위 결정전을 마친 뒤 플레이오프(PO) 1차전이 열리는 9일까지 일주일 넘는 준비 기간이 주어졌다. 피렐라가 몸 상태를 얼마나 끌어올려 '총알 타구'를 다시 장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3일 PO 대비 훈련을 마친 뒤 만난 허삼영 감독은 "어느 정도 타격 밸런스를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