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는 한국시리즈(KS)에서 상대 두산 베어스의 강점을 막아낼 방법을 이미 준비했다.
정규시즌 1위 KT는 오는 14일부터 두산과 KS(7전 4승제)를 치른다. 두산은 와일드카드(WC) 결정전, 준플레이오프(PO), PO를 모두 이기며 사상 최초로 7시즌(2015~21) 연속 KS 진출에 성공했다. KT 입장에서는 하늘을 찌르는 두산의 기세가 부담스럽다.
두산은 기동력이 좋다. 역대 포스트시즌 팀 도루(155개) 1위다. 올해 PS 7경기에서 8번 도루에 성공했다. 두산은 특유의 허슬플레이와 적극적인 주루로 상대 배터리와 내야진을 휘저었다. 두산 야수진의 발을 묶어야 KT의 승률도 높아진다.
KT 주전 포수 장성우는 올 시즌 도루저지율 20.2%를 기록했다. 600이닝 이상 안방을 지킨 리그 포수 중 가장 낮다. 너무 쉽게 도루를 내준다며 '자동문'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장성우는 시즌 막판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10월 22~23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세 차례 상대 도루를 모두 저지했다. 그중에는 도루왕을 4번 차지한 박해민도 있었다. 이후 KT를 상대한 팀들은 좀처럼 도루를 시도하지 못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올 시즌 도루 1위인) 키움 김혜성조차 뛰지 못하더라"라며 반겼다.
장성우는 "팀 평균자책점(3.67·2위)이 상위권이기 때문에 도루저지율 꼴찌여도 상관없다"고 웃어 보인 뒤 "투수가 퀵 모션이 빠르고 견제를 잘하면 주자가 쉽게 움직일 수 없다. 사실 우리 투수들이 퀵 모션을 많이 신경 쓰고 있다. 감독님이 단기전을 대비해 따로 주문하셨다. 경기 뒤에 따로 연습하는 선수들도 많다"라며 도루 저지 능력이 자물쇠처럼 단단해진 배경을 전했다.
지도자들은 "도루 저지나 허용은 투수에게 80% 이상 책임이 있다"라고 말한다. 주자에게 뛸 수 있는 타이밍을 내주지 않는 게 우선이라는 의미다. 선수들이 '퀵 모션'이라고 말하는 슬라이드 스텝(slide step)이 가장 중요하다. 주자를 둔 상황에서 투구 시간을 줄이기 위해 다리를 빨리 올리거나, 간결한 팔 스윙으로 공을 던지는 동작이다.
발이 빠른 선수들은 1루에서 2루까지 3.30초 안에 도달한다. 포수의 팝 타임(송구가 2루에 도달할 때까지의 시간)은 일반적으로 2.00초 안팎. 투수가 다리를 들어 올리는 순간부터 공이 미트에 들어가는 시간이 늦어도 1.30초 이내여야 도루를 막을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도루 허용이 적은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슬라이드 스텝은 1.15~1.18초 수준이다.
이강철 감독은 "최소한 포수가 송구할 수 있는 타이밍은 투수가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서 시즌 막판 퀵 모션을 조금 더 신경 쓰며 투구하도록 주문했다. 무리해서 고치라는 게 아니라 중요한 순간에 이용을 하라고 말이다. 실제로 고영표나 쿠에바스는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준PO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콕 집어 두산을 경계했다. "언제든지 뛸 수 있는 선수가 많은 팀"이라며. 그래서 투수들의 슬라이드 스텝을 신경 썼다. 강견 장성우의 송구 능력과 투수들의 노력이 시너지를 내며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쉽게 뛸 수 없는 배터리'라는 인식을 상대에게 주는 데 성공했다. 이번 KS에서 두산의 기동력과 정면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