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좌완 투수 유희관(35·두산 베어스)이 구단 역대 최다승 기록인 장호연(61·은퇴)의 109승에 도전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11월 30일 공시한 2022년 보류선수 532명 명단에 유희관 이름이 실렸다. 보류선수는 다음 시즌 재계약 대상자다. 만약 보류선수 명단에 들지 못했다면 구단이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유희관은 보류선수로 분류되면서 다음 시즌도 두산과 함께하게 됐다.
올해 유희관의 성적만 놓고 보면 재계약은 어려워 보였다. 15경기에 나와 4승 7패, 평균자책점 7.71을 기록했다. 지난 2013년 선발투수가 된 후, 지난해까지 두 자릿수 승수를 올렸다. 그런데 올해는 등판 경기도 절반에 그치는 등 성적이 가장 떨어졌다. 통산 100승을 달성했지만 그 과정까지 팀의 적잖은 희생을 해야 했다. 두산이 7위까지 떨어지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 유희관은 99승 이후 6경기 선발 등판 만에 100승을 채웠다. 유희관은 대기록을 세웠지만, 가을야구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도 유희관과 함께 하기로 한 것은 두산 왕조 시절을 이끈 베테랑 투수에 대한 예우다. 올해까지 통산 101승을 기록한 유희관의 다음 목표는 구단 프랜차이즈 투수였던 장호연이 세운 109승 돌파다. 최다승 기록 경신을 위해서는 9승이 필요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올 시즌 중 "유희관이 109승을 하려면 내년까지 야구를 한다는 것이 아닌가"라며 웃었다.
유희관은 내년 선발투수진 한 자리를 차지해야 새로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만 이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유희관은 시속 120㎞대 직구지만 정교한 제구로 타자들을 요리했다. 그런데 제구가 잘 되지 않으면서 피안타율이 0.384로 크게 올랐다. 올해처럼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인다면 1군 엔트리에 들기도 힘들다.
베테랑 좌완 투수 장원준(36)도 보류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지난 2018년부터 부진이 시작된 장원준은 올해는 절치부심했다. 최근 4시즌 중 가장 많은 32경기에 나왔다. 그러나 18과 3분의 2이닝을 던져 1패, 4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6.75로 성적은 저조했다. 아픈 투수들이 많아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 KT 위즈와 한국시리즈에서 엔트리에 깜짝 가세했지만 끝내 등판하진 못했다. 그런데도 장원준이 선수 생활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피력하자 두산은 내치지 못했다.
유희관과 장원준 모두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두 투수를 적극적으로 기용한 김 감독의 계약기간이 내년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