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트롤 자선’(troll philanthropy)이라는 새 트렌드를 만들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한국시간) 보도했다.
‘트롤’(troll)이란 사이버 공간에서 다른 이들의 관심을 받거나 본인의 쾌감을 위해 도발적이고 악의적인 행동을 저지라는 이들을 뜻한다. 기부에 대한 머스크의 이런 행태의 대표적 사례는 최근 유엔 산하 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과의 공방에서 알 수 있다.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은 지난 10월 머스크 등 억만장자들을 거론하며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을 호소했다. 이에 머스크는 WFP가 구체적인 계획을 입증하면 테슬라 주식을 팔아 기부하겠다고 했다. 비즐리 총장은 지난달 트위터에서 66억 달러(약 7조8000억원) 규모의 지출 계획을 공개하며 답했다.
미국 싱크탱크 어번 인스티튜트 비영리자선센터 선임연구원인 벤저민 소스키스는 이를 두고 ‘트롤 자선’이라 칭하며 머스크가 이를 즐기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머스크가 온라인 공간에서 관심을 받으려고 저질러온 행동이 자선활동으로까지 번졌다는 설명이다.
소스키스 연구원은 “머스크는 대중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자선을 이용하는 것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사실 머스크는 대중의 반감을 부를 목적으로 자신의 자선가 정체성을 이용하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전 세계 부호들은 이미지를 개선하거나 부를 축적하는 관행에 대한 대중 시선을 돌리려고 자선 활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뉴욕타임스는 자선활동 방식이 제각각이더라도 목적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머스크의 ‘트롤 자선’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부부의 경우 2000년 전문적으로 기금을 운용하기 위해 자선단체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해 다양한 자선 활동을 펼치고 있다. 머스크와 함께 미국 양대 부호인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베이조스 지구 펀드’ 등을 통해 환경 보호를 중점으로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또 베이조스의 전 부인 매켄지 스콧은 다양성과 평등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 지난해 500개 단체에 60억 달러(약 7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기부했다.
다른 행보를 걷는 머스크가 자선 활동을 완전히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다. 머스크는 2012년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빌 게이츠 부부가 2010년 설립한 자선단체 ‘기빙 플레지’에 동참해 자산 절반 기부를 약속했다. 2002년 ‘머스크 재단’을 세워 간간이 자선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흰색 배경에 설명 몇 줄이 전부인 재단 홈페이지를 봤을 때 이마저도 일종의 트롤링으로 비친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는 머스크에게 최소한 기부 참여 의지가 있다는 점을 주목해 트롤링을 포용해 역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소스키스 연구원은 “머스크가 손에 준 자원은 너무나 방대하기 때문에 그에게 압박을 가하고 아직 초기 단계인 자선활동 우선 사항을 만들고 싶으면 머스크가 행하는 트롤링 일부도 받아들여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요즘같이 억만장자들이 엄청난 돈을 손에 쥐고 있고 주식 등으로 실제 과세되는 금액은 적은 상황에서 사회에 환원하는 이들의 움직임이 더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지속가능발전센터의 선임연구원인 호미 카라스는 “대부분 억만장자는 세계화된 경제시장에 힘입어 부를 축적했다”며 “다만 이 세계화된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포괄적인 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