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없이 달려온 '클러치 박'이 몸과 마음의 슬럼프에서 벗어나 점차 본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박정아(28·한국도로공사)는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4강 주역이다. 김연경과 함께 레프트로 활약하며 '클러치 박' 답게 해결사 역할을 했다. 이후에도 휴식 없이 코트 위에 섰다. 8월 말 KOVO컵 3경기(준결승 포함) 전 세트에 선발 출전해, 득점 1위·공격 종합 2위에 올랐다. V리그 개막 후에도 마찬가지다. 비시즌 대표팀 훈련 소집을 포함하면 사실상 휴식 없이 달려왔다.
박정아는 V리그 대표 공격수다. 최근 5시즌 득점 10위 안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2016~17시즌 7위를 시작으로 2017~18시즌 8위, 2018~19시즌과 2019~20시즌 모두 4위, 2020~21시즌 7위였다. 같은 기간 국내 선수 득점 랭킹으로 한정하면 2위-4위-2위-1위-2위였다.
그런데 올 시즌 박정아는 득점 11위(173점·국내 선수 4위)다. 성공률은 2011~12 V리그 데뷔 시즌 이후 가장 낮은 33.26%로 10위에 턱걸이했다.
박정아는 자책했다. 그는 "잘 안되다 보니 마음이 급했다. 공이랑 상관없이 혼자 배구를 했다. 여유 없이 조급했다"며 "그러다 보니 앞이 잘 안 보였다"라며 힘든 시간을 돌아봤다.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예전보다 박정아를 웜업존으로 불러들이는 경우가 잦았다.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배려였지만, 박정아에게 해결책은 아니었다. 결국 김종민 감독은 "박정아가 책임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을 봤다. 그래서 '져도 괜찮으니 코트 안에 책임지고 해보라'고 믿음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박정아는 점점 페이스가 올라오고 있다. 최근 3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했다. 지난 2일 IBK기업은행전에서 16점, 51.72%의 높은 성공률을 기록했다. 지난 7일 현대건설전에선 이번 시즌 최다인 19점을 퍼부었다. 5세트에는 팀 내 최다인 4점을 뽑아, 개막 12연승 달리던 현대건설에 시즌 첫 패배를 안겼다. 10일 흥국생명전에서 13점을 기록했다.
박정아는 팀 상승세에 부담을 덜 수 있었다. 그는 "(최근까지 부진으로) 부담스럽고 기분도 안 좋고, 마음도 힘들었다. 다만 나도 못하고 팀이 안 좋았더라면 아픔이 두 배였겠지만, 팀은 잘 나가고 나만 부진했다. 개인적으로는 스트레스를 겪었지만 참고 견딜 수 있는 정도였다"라고 웃었다.
도로공사는 최근 6연승을 내달리며 승점 28(4위)을 기록, 선두권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현대건설(승점 39)의 독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1경기 승패에 따라 도로공사가 2위 GS칼텍스(승점 31), 3위 KGC인삼공사(승점 30)를 단번에 추월할 수 있다.
김종민 감독은 "앞으로 순위 경쟁에서도 결국은 박정아가 얼마나 해주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송화의 팀 이탈에 대해 프로배구연맹 상벌위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IBK기업은행은 13일 조송화와 계약을 해지한다고 발표했다. 조송화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법정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