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액에 한 번, 세부 조건에 두 번 놀랐다. 두산 베어스에 잔류한 외국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32)의 얘기다.
미란다는 지난 24일 두산과 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160만 달러 등 총액 190만 달러(22억5000만원)에 재계약했다. 올 시즌 계약 총액이 80만 달러(9억4000만원·계약금 15만 달러, 연봉 55만 달러, 인센티브 10만 달러)였다는 걸 고려하면 2배 이상 인상됐다. 연봉만 거의 3배 가까이 수직으로 상승했다. A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1년 동안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중간에 아파서 결장한 기간이 있었다. 첫 시즌 재계약 190만 달러는 꽤 큰 금액"이라고 놀라워했다.
미란다는 올해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3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1위, 퀄리티 스타트(21회·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공동 1위.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1.14로 A급이었다. 특히 225탈삼진으로 최동원(당시 롯데)이 1984년 세운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223탈삼진)까지 새로 썼다.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받으며 KBO리그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영입 당시 대만 프로야구(CPBL) 출신으로 기대가 크지 않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특급 외인'이었다.
취재 결과, 미란다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복귀가 유력했다. 신분 조회를 할 만큼 적극적으로 움직인 구단도 있었다. 흐름을 파악한 두산은 과감하게 베팅했다. 190만 달러는 '장수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삼성 라이온즈·총액 170만 달러) 케이시 켈리(LG 트윈스·총액 150만 달러)의 재계약 조건을 상회한다. KBO리그 네 번째 시즌을 앞둔 드류 루친스키(NC 다이노스)의 재계약 조건(총액 200만 달러)과 비슷하다. 190만 달러 계약은 리그에서 2~3년 꾸준히 활약한 선수들도 받기 힘들지만, 미란다는 예외였다.
더욱 놀라운 건 190만 달러가 이른바 '풀 게런티'라는 점이다. 두산은 별도의 옵션 없이 190만 달러를 모두 보장했다. 미란다는 이번 겨울 KBO리그 구단과 재계약한 선수 중 인센티브 조항이 없는 유일할 선수다. 뷰캐넌은 인센티브를 빼면 보장 금액은 120만 달러에 그친다. SSG 랜더스와 재계약한 윌머 폰트도 총액은 150만 달러지만 인센티브를 제외한 보장 금액은 130만 달러다. B 구단 단장은 "골든글러브까지 받으니까 크게 인상된 것 같다. 총액보다 더 인상적인 건 금액을 모두 보장한 거였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는 미란다의 계약 여파에 주목한다. 현재 KBO리그에선 키움 히어로즈(에릭 요키시)와 KT 위즈(윌리엄 쿠에바스·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등이 외국인 투수 재계약 협상 중이다. 올해가 아니더라도 내년 시즌 재계약 협상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예상을 깬 미란다의 파격적인 계약이 어떤 후폭풍을 만들어낼지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