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산업이 지난해 전년 대비 나은 성적표를 받아 들고도 밝게 웃지 못하고 있다. AGE 20's(에이지투웨니스)의 글로벌 디지털 부분 매출 증가로 영업이익을 끌어올렸지만, 브랜드 노후화라는 과제는 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지투웨니스 덕에 웃었지만
애경산업은 최근 2021년 실적을 공시했다. 이에 따르면 애경산업은 전체 매출액 5739억원, 영업이익 244억원, 당기순이익 16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액은 2.4%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9%, 당기순이익은 42% 증가했다.
화장품 덕을 봤다. 애경산업의 화장품 부분 연간 매출액은 전년보다 5.1% 성장한 2217억원, 영업이익은 119.5% 증가한 291억원이었다. 코로나19로 국내 매출이 정체됐지만, 중국에서 디지털 채널 확장을 통한 효과를 봤다는 것이 애경산업의 분석이다.
반면 치약이나 샴푸 등 생활용품 부분 연간 매출은 3522억원으로 6.6%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47억원으로 손해만 봤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고, 국내 마케팅 비용 증가 탓이다.
애경산업으로서는 에이지투웨니스에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지난해 9월 기준 애경산업 내 화장품의 매출 비율은 약 37%로 타 부분을 압도했다. 업계는 애경산업의 영업이익 중 상당 부분이 에이지투웨니스에서 나온다고 분석한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에이지투웨니스가 매출은 감소했지만, 면세 축소·수출 확대 등의 채널 믹스 개선, 마케팅 효율화 등으로 수익성은 개선됐다"고 했다.
그러나 에이지투웨니스의 선전이 이어질지에는 물음표를 찍었다. 에이지투웨니스는 이미 론칭 10주년을 맞은 중견 브랜드다. 애경산업은 에이지투웨니스에 이어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색조 브랜드 '루나'와 기초 브랜드 '에프플로우'를 밀고 있다. 준수한 제품력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는 더딘 편이다.
박 연구원은 "브랜드력이 저하된 상황에서 소비자의 선택이 에이지투웨니스를 우선할지 의문"이라며 "브랜드 노후화 개선, 브랜드 인수 등 전방위적 성장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투자는 적고 장수 브랜드만 가득
문제는 에이지투웨니스는 물론 애경산업이 보유한 화장품 브랜드 라인업 대부분이 노후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애경산업의 클렌징 전문 브랜드 포인트는 론칭 30년째를 맞았다. 장수 브랜드로서 인지도가 높고, 확실한 색깔을 가졌지만 오래됐다. 에이솔루션 역시 국내 여드름 화장품 원조로서 이름이 알려졌지만, 올해로 론칭 24년째다. 두 브랜드는 모두 리뉴얼을 통해 새로운 패키지와 제품을 출시 중이다. 제품력이 좋고, 꾸준하게 팔린다는 장점이 있으나 임팩트는 없다.
물론 오래된 브랜드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해외 명품 뷰티 브랜드 에스티로더의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싱크로나이즈드 리커버리 콤플렉스 투'는 1982년 첫선을 보였다. 일명 갈색 병으로 불리는 이 화장품은 40년째 에스티로더를 먹여 살리는 세계적 베스트셀러다.
김주덕 성신여자대학교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톱배우 고현정이 광고했던 포인트는 클렌징 분야에서 제품력이 탁월하다. 송혜교가 모델이었던 에이솔루션도 아크네(여드름 전용 화장품) 부분서 특화돼 있다. 소비자가 꾸준히 찾는 장수 브랜드를 일부러 접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장수 브랜드를 가지고 가더라도 기술 개발과 마케팅 투자로 K뷰티 시장 내 원래 명성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현재 애경산업의 영입이익 대부분이 화장품 군에서 나오고 있는데, 아직도 생활용품에 매달려 있다는 것이다.
1995년부터 약 10년간 애경산업의 기술고문을 맡았던 김 교수는 "애경산업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화장품 분야에서 앞서나갔던 곳이다. 한때 영업이익만 800억원 가까이 갔다"며 "회사 규모에 비해 화장품 연구개발(R&D)과 마케팅 투자가 적다. 뷰티는 생활용품과 완전히 다른 분야다. 과감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