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혁(29·KIA 타이거즈)은 최고 시속 150㎞대 후반까지 찍히는 강속구를 던진다. 선발과 불펜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특별한 자질을 갖췄지만 한승혁은 프로 입단 11년 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약점인 제구에 발목 잡혔다. 한 시즌 최다승은 2018시즌 기록했던 7승이다. 두 자릿수 홀드를 기록한 시즌도 없다.
한승혁은 스프링캠프마다 영점 조정을 목표로 내세웠다. 훈련과 연습경기까지는 항상 좋은 평가를 받았다. 구속도 다른 투수들보다 빨리 끌어올리는 편이다. 매년 "올해는 다르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개막 후 이런 기대감은 이내 실망감으로 변했다.
어느덧 우리 나이로 서른 살이 된 한승혁. 아직 그는 "제구만 잡힌다면 대성할 투수"라는 평가를 떼어내지 못했다. 야구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도 캠프 컨디션은 좋다. 한승혁은 지난달 27일 등판한 한화 이글스와의 연습경기에서 호투했다. 타자 10명을 상대해 1안타만 내줬다. 최고 구속은 시속 151㎞까지 찍혔다. 변화구 제구력도 좋았다. 김종국 KIA 감독도 "아주 좋은 투구였다"며 만족감을 전했다.
한승혁은 병역(사회복무요원) 의무를 마친 후 복귀한 지난해 후반기 '선발 수업'을 소화했다. 선발 등판한 다섯 번 중 네 번은 '한 경기 1볼넷 이하 투구'를 해냈다. 포심 패스트볼(직구) 구사율도 이전보다 낮아졌다.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를 두루 구사했다. 직구 의존도를 낮추고, 제구력 난조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실전에서 달라진 투구 내용을 보여주며 기대감을 높인 한승혁은 3년 만에 맞이한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의식적으로 제구력 향상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올해부터 확대 적용되는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하기 위해 공 몇 개는 일부러 높은 코스로 향하게 했다.
KIA는 캠프 초반 악재를 만났다. 지난해 선발 투수 중 유일하게 규정이닝을 채웠던 오른손 사이드암 투수 임기영이 내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했다. 2021년 신인왕을 받은 왼손 투수 이의리도 손가락 물집으로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KIA는 대체 선발 투수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승혁은 유승철, 윤중현, 이민우와 함께 KIA 선발진 진입을 두고 경쟁 중이다. 구위와 제구력 그리고 경험을 두루 고려하면 한승혁이 한발 앞서 있다. 올해도 그는 KIA 마운드의 기대주다. 매년 2월 이후 급락하던 한승혁의 사이클이 올해는 어떤 곡선을 그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