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오른쪽)과 김광현이 다시 KBO리그에서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사진=구단 제공 1988년생 '동갑내기 라이벌' 김광현(SSG 랜더스)과 양현종(KIA 타이거즈)이 KBO리그 무대에서 마지막 맞대결을 펼친다.
메이저리그(MLB) 잔류를 노렸던 김광현이 지난 8일 프로야구 역대 최고 몸값(기간 4년·총액 151억원)에 사인하며 친정팀 SSG로 컴백했다. 2007년 1차 지명으로 SK 와이번스(현재 SSG)에 입단한 김광현은 2019시즌까지 298경기에 등판, 통산 136승 77패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했다. 소속팀의 한국시리즈(KS) 우승만 네 차례 이끈 현역 최고 투수다. 지난 2년(2020~2021) 동안은 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으로 10승을 거두며 한국야구의 경쟁력을 보여줬다.
김광현이 복귀하며 선발진이 강해진 SSG는 단번에 상위권 후보로 올라섰다. 리그 흥행도 청신호가 켜졌다. 무엇보다 '라이벌' 양현종과의 자존심 대결에 관심이 쏠린다. 2021년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으로 뛰었던 양현종은 MLB 도전을 마친 지난해 12월, 친정팀 KIA와 총액 103억원(기간 4년) 계약했다.
2007년 나란히 KBO리그 무대에 입성한 두 투수는 한국야구 대표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골든글러브 수상 등 화려한 개인 성적을 남겼고, 소속팀을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기둥 역할을 해냈다.
먼저 치고 나간 쪽은 김광현이다. 신인이었던 2007시즌 두산 베어스와의 KS 4차전에서 선발 등판 기회를 얻었고, 7과 3분의 1이닝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당시 리그 정상급 투수였던 다니엘 리오스와의 선발 맞대결에서 압승을 거두는 파란을 일으켰다. 소속팀이 우승까지 차지하며 그의 주가가 치솟았다. 이듬해 열린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에서도 숙적 일본전에서 호투하며 리그 대표 투수로 인정받았다.
양현종은 데뷔 세 번째 시즌(2009)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을 소화했다. 두 자릿수 승수(12승)를 거뒀고, 평균자책점(3.15) 부문 5위에 올랐다. 이듬해 16승을 거두면 다승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후반기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지는 약점을 극복한 2014시즌부터는 전성기를 열었다.
KBO리그에서 마지막 퍼포먼스도 비슷하다. 양현종은 2017시즌 정점을 찍었다. 정규시즌 20승을 거뒀고, 소속팀을 통합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해 팔꿈치 수술로 통째로 재활기를 보낸 김광현은 이듬해 11승 평균자책점 2.98을 거두며 재기했고, 두산과의 KS에서도 선발과 마무리로 활약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빅리그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김광현은 2019년 12월, 세인트루이스와 2년 800만 달러(한화 약 93억원)라는 후한 계약을 따냈다. MLB 첫 시즌에는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KK'라는 별명도 얻었다. 반면 김광현보다 1년 늦게 도전한 양현종은 스플릿 계약(MLB와 마이너리그 연봉이 다른 계약)을 감수했다. 빅리그 데뷔는 이뤄냈지만, 잔류는 실패했다.
두 투수 모두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다섯 살이다. KIA는 에이징 커브를 우려, 양현종의 계약에 48억원이라는 옵션을 걸어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반면 SSG는 김광현에게 보장 금액만 131억원을 안겼다. 빅리그 퍼포먼스가 두 투수의 몸값 차이를 만들었다.
KBO리그 무대에서 다시 경쟁이 이어진다. 당장 이번 시즌 개막 초반부터 선발 맞대결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된다. KIA와 SSG는 4월 8일부터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주말 3연전에서 만난다. 8일 1차전은 개막전(4월 2일)에 선발 출격한 투수가 5일 휴식 후 나서는 순번이다. 양현종은 LG 트윈스와의 개막전에 등판할 확률이 매우 높다. 꾸준히 개인 훈련을 소화한 김광현도 2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두 투수는 2019년까지 통산 네 차례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나란히 2승씩 따냈다. 선수 생활 황혼을 향하는 길목에서 라이벌이 다시 만났다. 향후 4년 동안 두 투수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