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가 재건을 노리는 KIA 타이거즈가 완벽한 리허설 무대를 보여주며 2022시즌 반전을 예고하고 있다.
KIA는 지난 29일 막을 내린 시범경기에서 8승 2무 3패를 거두며 롯데 자이언츠, LG 트윈스와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 KIA가 시범경기 1위에 오른 건 2013년 이후 9년 만이다.
KIA는 지난 시즌(2021) 9위에 그쳤다. 팀 창단 최저 순위였다. 구단은 감독·단장·사장을 모두 교체하는 강수로 쇄신을 노렸다. 장정석 단장, 김종국 감독 체제로 2022시즌을 준비했다. 스토브리그에서는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 나성범을 영입했고, 미국 무대 도전을 접은 프랜차이즈 스타 양현종과도 재계약했다.
KIA는 2021시즌 10개 구단 중 팀 홈런(66개) 10위, 팀 도루(73) 9위에 그쳤다. 장타력과 기동력 모두 리그 최하위였다. 그러나 올해 시범경기에서는 팀 홈런(10개)과 도루(13개) 모두 2위를 차지했다. 스프링캠프를 거치며 새 사령탑이 추구하는 야구가 스며들었고, 나성범이 가세한 효과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탐색전 성격이 짙고 표본(경기 수)도 적은 시범경기지만, 매우 고무적인 결과다.
나성범은 시범경기 12경기에서 타율 0.323 2홈런 11타점을 기록했다. 타점 부문 1위다. 나성범이 가세한 덕분에 기존 KIA 간판타자 최형우도 상대 배터리의 집중 견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1차 지명 신인 내야수 김도영도 기대를 웃도는 타격 능력을 보여줬다. 타선 리드오프를 맡은 그는 타율 0.432(44타수 19안타)를 기록하며 시범경기 타율과 안타 부문 1위에 올랐다. 홈런 2개를 치며 장타력도 선보였다.
'거포 기대주' 김석환도 타율 0.310 2홈런 10타점을 남기며 하위 타선에 무게감을 더했다. KIA는 2021시즌 개막 첫 한 달 동안 고작 5홈런에 그칠 만큼 저조한 장타력에 시달렸다. 올해는 상·하위 타선을 가리지 않고 홈런포를 기대할 수 있다.
기동력도 강화됐다. 선수 시절에는 도루왕, 지도자로는 작전·주루 전문가 출신인 김종국 감독은 취임 직후 "장타력 향상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뛰는 야구로 득점력을 올리겠다. 상대를 압박하는 방법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선수들에게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라"는 주문을 했다.
김 감독은 실전에서 한 베이스를 더 보내려는 작전을 자주 구사했다. 비공식 감독 데뷔전이었던 2월 26일 한화 이글스와의 연습경기에서는 두 차례나 딜레이드 더블 스틸 사인을 냈다. 시범경기에서도 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두 번째 많은 도루(19번)를 지시했다. 2019시즌 도루왕 박찬호, 고교 시절 두 차례나 주말리그 도루왕에 오른 김도영은 3도루씩 기록하며 이 부문 공동 2위에 올랐다.
야수진 수비도 탄탄했다. 시범경기에서 나온 팀 실책은 2개뿐이다. 5개 이상 기록하지 않은 유일한 팀이었다. 김종국 감독은 선수 시절 탄탄한 내야 수비력을 보여줬다. 기본기를 강조하는 사령탑의 기조도 선수단에 녹아든 모양새다.
장정석 단장, 김종국 감독 모두 "KIA는 좋은 성적을 내야 하는 팀"이라며 "2022시즌 꼭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겠다"라고 장담했다. 시범경기를 통해 그 자신감을 확인시켰다. 해설위원으로 잔뼈가 굵은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임 총재도 30일 취임식에서 "양현종, 이의리, 김도영이 활력을 불어넣으면 의외로 KIA를 주목해봐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