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우모리 케이타(21·KB손해보험)와 양효진(33·현대건설)이 우승컵 대신 정규리그 MVP(최우수선수)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한국배구연맹은 18일 서울 그랜드하얏트에서 도드람 2021~22 V리그 정규시즌 시상식을 열었다. 정규리그 MVP 투표에서 케이타가 기자단 총 31표 중 23표를 얻어 대한항공 곽승석(7표)을 제치고 외국인 선수로는 7년 만에 수상했다. 여자부에선 양효진이 득표율 90.3%(28표)로 2년 만에 MVP를 수상했다.
'말리 특급' 케이타는 역대 두 번째로 정규시즌 비(非) 우승팀 MVP에 올랐다. 지금까지 V리그 남자부에서 2위 팀 소속으로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선수는 2016~17시즌 현대캐피탈 문성민뿐이었다.
그만큼 압도적인 활약이었다. 이번 시즌 36경기에 출전해 1285득점을 기록, 2위 삼성화재 카일 러셀(915점)을 크게 따돌렸다. 새로운 역사도 썼다. 두 시즌 연속 득점왕을 일찌감치 예약했고, 2014~15시즌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당시 삼성화재)가 갖고 있던 V리그 한 시즌 최다 득점(1282점) 기록도 돌파했다. 남녀부를 통틀어 역대 최초로 한 시즌에 4차례나 라운드 MVP(1·3·4·6라운드)를 받았다. 공격 성공률(55.51%)과 서브왕(0.768개)까지 올랐다.
케이타의 활약 덕에 KB손해보험은 구단 역사상 가장 높은 순위인 2위로 정규리그를 마감했고, 창단 첫 챔프전 진출까지 이뤘다. 케이타는 지난 9일 열린 대한항공과의 챔피언 결정 3차전에서 57점을 폭격, 챔프전 한 경기 최다 득점 신기록도 작성했다. 팀은 정규리그와 챔프전에서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압도적인 활약을 펼친 케이타가 MVP를 수상한 이유다.
케이타는 대한항공에 1승 2패로 밀려 우승을 놓치자 코트에 누워 한참 동안 눈물을 쏟았다. 하지만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시상식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 환하게 웃었다.
케이타는 뛰어난 기량은 물론 특유의 세리머니와 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제는 그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된다. 다음 시즌 이탈리아 베로나행이 점쳐지는 가운데 케이타는 V리그 외국인 드래프트 참가 신청서도 제출, KB손해보험에 잔류할 여지도 남겨놨다.
케이타는 "팀과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우승 약속을 지키지 못해 아쉽지만 MVP를 받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돼 정말 기쁘다. 내년에도 V리그에서 (KB손해보험과 함께) 더 오래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자부에선 양효진이 2년 만에 자존심을 회복했다. 자타공인 최고 센터인 양효진은 11년 연속 블로킹 1위 왕좌를 지키다가 지난 시즌 5위로 내려갔다. 절치부심한 이번 시즌 다시 개인 통산 12번째 블로킹 1위(0.744개)에 올랐고, 국내 선수 득점 1위(502점, 전체 7위)를 차지했다.
양효진은 현대건설의 역사적인 시즌을 이끌었다. 현대건설은 개막 12연승과 여자부 최다 15연승 신기록을 작성했다. 역대 단일 시즌 최다승(28승 3패)과 최다 승점(82점) 기록도 썼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여자부 시즌이 조기 종료되면서 챔피언 대관식을 하지 못했다. 2019~20시즌에 이어 두 번 연속 정규시즌 1위를 달리다가 시즌이 종료되는 아픔을 맛봤다. KOVO는 2019년 12월 이사회에서 '정규리그 표현 방식을 (우승, 준우승이 아닌) 순위로 변경한다'고 의결했다. 챔피언결정전 승리 팀에만 '우승' 타이틀을 부여한다. 양효진은 MVP 수상으로 역대 최강 팀으로 군림하고도 '챔피언'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랬다.
양효진은 "코로나19로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여운이 남는다. 하지만 개인도, 팀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정말 감사한 시즌"이라고 말했다.
남자부 OK금융그룹 박승수는 16표를 얻어 양희준(KB손해보험·15표)을 1표 차로 제치고 신인상의 영예를 안았다. 여자부 신인상은 한국도로공사 이윤정(17표)이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