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생애 첫 국내 메이저 대회를 제패한 김아림. [사진 KLPGA] 국내 여자 골프 최고 ‘장타자’ 김아림(27)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 제44회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2020년 12월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이 없던 그에겐 뜻 깊은 우승 트로피였다.
김아림은 1일 경기 포천 일동레이크 골프클럽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2개로 2타를 줄였다. 불안한 리드를 지키고 있던 16번 홀(파4)에서 홀과 13.5m 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고 경쟁자들과 타수 차를 벌린 게 결정적이었다. 1~4라운드 합계 12언더파를 기록한 김아림은 이가영(23·9언더파)을 3타 차로 따돌리고 국내 통산 3승을 달성했다. KLPGA 투어에선 2019년 7월 MY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우승 상금은 2억1600만원을 받았다.
김아림은 2020년 11월 SK텔레콤 · ADT캡스 챔피언십 이후 1년 반 만에 국내 대회에 나섰다. 2020년 12월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에서 깜짝 우승해 이듬해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무대에서 활약한 덕이었다. 그러나 의욕적으로 도전했던 LPGA 투어에선 별다른 성적이 없었다. 지난해 23개 대회에서 우승 없이 톱10에만 4차례 들었다. 올해는 8개 대회에 나서 3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공동 9위에 올라 1차례 톱10에 든 게 전부였다.
그래도 해외에서 쌓은 경험과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를 더해 나선 KLPGA 챔피언십에선 달랐다. 첫날 공동 5위로 출발한 김아림은 둘째날 공동 7위, 셋째날에도 선두 김효주(27)에 3타 뒤진 공동 4위에 오르며 연일 상위권에 올랐다. 이어 최종 라운드에서 마침내 치고 올라섰다. 이날 최대 풍속 초속 7m 바람이 불면서 선두권에 있던 골퍼들이 크게 어려움을 겪었다. 1~3라운드 내내 선두였던 김효주는 이날 강풍에 고전하면서 하루에만 7타를 잃고 무너졌다.
김아림은 전반 9개 홀에서 버디 3개, 보기 2개로 1타를 줄였다. 후반 들어 바람과 맞서면서 타수 관리를 안정적으로 해냈다. 280야드 안팎의 거리로 페어웨이에 보내고, 날카로운 아이언샷으로 홀에 붙여 최대한 타수를 잃지 않는 전략을 잘 맞춰 갔다. 15번 홀(파5)에선 티샷으로만 325야드를 보내 여자 선수론 보기 드문 300야드 이상 장타를 기록했다. 이어 승부처였던 16번 홀에서 긴 거리 버디 퍼트를 짜릿하게 성공하고서 우승을 확신하듯 포효했다.
김아림은 자신의 플레이를 지켜본 갤러리들이 환호할 때마다 손을 배꼽에 대고 활짝 웃으면서 인사하는 ‘배꼽 인사’로 답했다. 김아림은 “오랜만의 우승에 운도 조금 따랐다. 미국에 진출한 지 2년차인데,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다. 국내 메이저 우승을 계기로 미국에서도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곧장 2일 오후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다.
국내 메이저 통산 5승을 노렸던 김효주는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1개, 보기 3개, 더블 보기 2개로 부진한 플레이를 펼쳐 합계 6언더파로 박민지와 공동 4위에 올랐다. 이 대회 역대 두 번째 3연패를 노렸던 박현경은 공동 10위(4언더파)로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