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김현수(34)가 육성 선수(연습생) 출신 최초로 통산 2000안타 고지를 밟았다.
김현수는 지난달 3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원정경기에서 KBO리그 역대 통산 16번째로 2000안타를 달성했다. 앞선 10경기에서 타율 0.184로 슬럼프에 빠져 있던 그는 이날 1회와 3회 2루타를 터트렸다. 이어 3-7로 뒤진 7회 2사 1·3루 네 번째 타석에서도 2루타(2타점)를 뽑아 2000안타를 돌파했다. 역대 세 번째로 적은 1720경기(17시즌) 만에 달성한 대기록이다.
김현수는 "더 빨리 2000안타를 기록했으면 좋았을 텐데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팀도 경기에 져 감흥이 별로 없었다"며 "경기에 많이 나가서 얻은 기록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육성 선수 출신으로는 최초의 기록이다. 그는 신일고 재학 시절부터 타격 재능이 뛰어났다. 2005년 인천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대표팀에도 뽑혔다. 하지만 그는 3학년 대표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프로 구단으로부터 지명을 받지 못했다. 결국 2006년 두산 육성 선수로 입단했다. 김현수보다 먼저 2000안타를 달성한 타자들은 대부분 입단 당시부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반면 김현수는 드래프트에서 이름이 불리지도 못했다. 아무래도 입지가 좁았다.
김현수는 노력을 통해 여기까지 올라왔다. 가장 먼저 나와 훈련하고 마지막까지 구슬땀을 쏟으며 배트를 돌렸다. 미국 무대에서 2년간 뛰고 2018년 LG 유니폼을 입은 뒤로는 동료들에게 '김관장'으로 통한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누구보다 많은 땀을 쏟을 뿐 아니라, 후배들의 훈련까지 돕기 때문이다.
이런 페이스를 유지하면 그는 KBO리그 통산 최다 안타까지 넘볼 수 있다. 현재 이 부문 최다 기록은 박용택(은퇴)이 가진 2504개다. 역대 2000안타를 돌파한 현역 선수 가운데 김현수와 손아섭(NC 다이노스, 2141개) 정도가 박용택 기록에 근접할 수 있어 보인다.
김현수의 최대 장점은 꾸준함이다. 2007년 두산 베어스 주전으로 발돋움한 뒤 지금까지 시즌 최저 타율이 0.285(2021년)였다. 규정타석을 채운 12시즌 중 두 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3할 타율을 달성했다. 통산 타율은 0.318. 콘택트 능력이 워낙 뛰어나 '타격 기계'라고 통한다. 올 시즌에도 5월 31일 기준으로 3할 타율과 팀 내 홈런(10개) 타점(36개) OPS(0.922, 출루율+장타율) 1위를 기록 중이다. 그는 "지난해엔 다리 부상이 있어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올해 훈련을 통해 장타가 늘어난 부분이 반갑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지난해 12월 LG와 4+2년 최대 115억원에 계약했다. 부상 등의 변수만 없다면 2027년까지 뛸 수 있다. 30대 후반에 접어들면 기량 저하가 나타날 수 있지만, 지금껏 그가 보여준 퍼포먼스를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김현수는 "평소에 기록을 의식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이 멤버와 우승을 몇 번 더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