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미래의 핵심 동력으로 'BBC'를 강조하고 있다. BBC는 반도체(Chip)와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를 뜻한다. 그중 C인 반도체에 단연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매출 무게 중심이 에너지에서 반도체로 이동하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SK에너지가 매출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SK그룹 관계자가 “유가의 영향을 크게 받는 SK에너지의 매출에 따라 그룹의 매출 규모가 20조~30조원 차이가 나기도 한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최근 176개의 SK그룹 계열사 중 SK하이닉스의 매출 비중이 그룹 내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매출은 2019년 27조원에서 2020년 32조원 수준으로 성장하더니 지난해 매출은 43조원에 육박했다. 반면 SK에너지는 2020년 20조1600억원에서 2021년 29조5971억원을 기록했다.
SK에너지는 올해 유가 상승 등으로 정제 마진이 대폭 증가하면서 호실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SK그룹의 영업이익 성적표를 보면 SK하이닉스가 SK에너지보다 높게 나타났다. SK하이닉스의 영입이익이 1조5352억원에 달했던 반면 SK에너지는 9087억원에 머물렀다.
SK하이닉스의 가치는 SK그룹이 발표한 사회적 가치(SV)에서도 부각되고 있다. SK가 지난 5월 발표한 그룹의 사회적 가치 창출액 중 SK하이닉스가 절반 이상을 담당했다. 2021년 SK그룹의 18조4000억원 중 SK하이닉스는 9조4173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 2020년 4조8887억원 대비 93%나 급등했다. 특히 경제 간접 기여성과에서 지난해 SK하이닉스가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하면서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김윤욱 SK하이닉스 부사장은 “2019년부터 4년째 사회적 가치 성과를 발표하며 투명하게 소통하고 있다. 회사의 사회적 가치 창출 중장기 목표인 ‘SV 2030'의 실행력을 높이고 ESG 경영을 강화해 인류와 사회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달 발표한 SK그룹의 5년 투자 계획에서도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분야 투자가 돋보인다. 2026년까지 247조원 투자 계획 중 반도체와 소재 분야에 가장 많은 142조2000억원을 쏟아붓는다.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이 핵심이다. SK하이닉스는 120조원을 투자해 메모리 반도체 4곳을 증설해 반도체 클러스터를 완성할 예정이다.
10일부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2022 SK 글로벌 포럼’에서도 SK그룹의 반도체 성장전략이 중점적으로 논의된다. SK하이닉스와 SK실트론은 반도체와 소재 분야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춰 그룹 미팅을 개최한다. 반도체 전문가를 초청, D램과 낸드플래시, SoC(시스템 온 칩)와 패키징 분야의 최근 기술 및 R&D 동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뒤 SK와의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미국 인텔의 낸드사업부를 인수한 뒤 새너제이에 낸드 사업을 지속할 자회사(솔리다임)를 설립했다. 이어 실리콘밸리에 반도체 R&D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등 미국 내 반도체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SK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대기업집단 순위(공정자산 기준)에서 처음으로 국내 2위에 올랐다. 여기에도 SK하이닉스가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반도체의 호황으로 매출이 11조원 상승했고, 인텔 낸드사업부(10조원) 인수가 마무리되면서 자산 21조원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SK그룹 반도체 계열사의 자산가치는 2012년 21조원에서 2021년 89조5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SK그룹은 291조9690억원으로 현대차(257조8450억원)를 따돌리며 삼성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