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변화 없이 보수적으로만 보였던 축구대표팀에 본격적인 경쟁 구도가 생기기 시작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대표팀에서 감지되는 가장 긍정적인 변화다.
지난 6일 대전에서 열린 칠레전에서는 그동안 대표팀에서 출장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했던 정우영(23·프라이부르크)이 선발로 나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정우영은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33·알 사드)과 구분하기 위해 ‘작은 정우영’으로도 불린다. 정우영은 2일 브라질전에서 후반 12분 교체 멤버로 들어가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칠레전에서는 ‘작은 정우영’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튼) 나상호(서울) 등과 호흡을 맞춰 전방에서 활발한 움직임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칠레전에서 '작은 정우영'은 그라운드 거의 모든 지점에서 히트맵이 찍혔을 정도로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줬다. 마치 박지성을 보는 듯했다”고 극찬했다. 칠레전 황희찬의 선제골이 정우영의 발에서 이어졌고, 수비 진영에서 커버하는 모습도 돋보였다.
정우영은 소속팀에서 윙포워드로 뛴다. 하지만 대표팀에는 손흥민과 황희찬 등 걸출한 윙 자원이 있어 이 틈을 뚫기 어려워 보였다. 이번에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정우영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해서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 덕분에 한국은 공격에서 다양한 옵션을 확보하게 됐다.
동시에 2선 공격 자원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다. 그동안 대표팀 붙박이 주전 미드필더였던 이재성(마인츠)의 대체자 역할을 이번에 정우영이 훌륭하게 해낸 데다, 향후 정우영이 자신의 주 포지션인 윙 자원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칠레전 교체 투입된 엄원상(울산)도 기대되는 옵션이다. 또한 이동준(헤르타 베를린) 이강인(마요르카) 등 유럽파는 이번 평가전에 소집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최종엔트리 후보군이자 쟁쟁한 경쟁자들이다.
이에 앞서 최종예선 후반부에 가장 먼저 수면 위로 드러난 경쟁 포지션은 최전방 공격수였다. 대체 불가처럼 보였던 황의조(보르도)가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하고 주춤한 사이 조규성(김천)이 주목받았다.
그러나 황의조가 브라질전 골로 1년 만에 대표팀에서 골 맛을 보며 건재함을 알렸다. 벤투 감독은 이어진 칠레전에서 황의조를 벤치에 앉히고 조규성을 교체 멤버로 투입하며 테스트를 이어갔다.
이번 평가전 기간에는 수비라인에서도 변화 시도가 있었다. 칠레전 센터백 조합에서 정승현(김천)과 권경원(감바 오사카)이 호흡을 맞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브라질전에서 실수가 있었던 이용(전북)을 대신해 칠레전에는 오른쪽 풀백으로 김문환(전북)이 풀타임을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