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공룡' 롯데가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전환 기류에 맞춰 투자를 확대하고 나섰다. 투자의 핵심은 '오프라인 사업'이다. 수조원을 들여 복합쇼핑몰을 짓고 백화점·마트를 리뉴얼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심산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며, 그룹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에 투자하던 모습과는 상반된 행보다. 업계는 이커머스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도태한 롯데온 대신 매출 반등에 성공한 백화점과 마트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최근 백화점·아웃렛·슈퍼·할인점 등 주요 사업에 2026년까지 총 8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서울 상암동과 인천 송도 같은 곳에 고용 유발 효과가 높은 대규모 복합몰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잠실점 같은 핵심 지점의 리뉴얼도 실시한다. 리뉴얼하는 매장은 명품 등 럭셔리 MD(상품기획)로 채워 차별화된 오프라인 경쟁력을 보여줄 계획이다.
코로나19로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관광 산업을 다시 활성화시키고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호텔과 면세점 시설에도 2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롯데마트는 매년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작년 말 오픈한 와인 편집숍 보틀벙커 등 특화 점포를 확장한다. 작년 말 잠실 제타플렉스 1호점을 낸 이후 2호점 창원중앙점, 3호점 광주 상무점까지 롯데는 빠르게 특화 매장을 늘리고 있다.
보틀벙커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집객 효과까지 있어 롯데마트 매출 신장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보틀벙커의 월매출 신장률은 500%로, 일반 롯데마트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번 투자 계획에 있어 눈길을 끄는 부분은 온라인 사업인 롯데온에 대한 투자가 없다는 데 있다.
롯데쇼핑은 불과 몇 년전만 해도 디지털 전환을 목표로 롯데온에 사활을 걸었다. 2020년 4월 롯데온을 론칭하면서 “2023년 거래액 20조원, 업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롯데온은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영업적자 1560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거래액 역시 2조4105억원으로 2023년 목표에 10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올해 1분기도 마찬가지다. 영업적자 45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287억원)에 비해 적자가 166억원이나 늘었다.
업계는 롯데쇼핑이 투자 대비 효과가 떨어지는 롯데온 대신 엔데믹 전환 이후 매출 기대감이 높아진 오프라인 사업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오프라인 유통의 활성화 기대는 높다. 대한상공회의소의 2분기 소매유통 경기 전망 지수(RBSI)에 따르면, 오프라인 유통 업체의 기대 지수가 일제히 반등했다. 경기 전망 지수는 기준치인 100 이상이면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백화점(102→111), 대형마트(88→97), 슈퍼마켓(82→99), 편의점(85→96) 등 반등했지만 온라인쇼핑(107→96)만 하락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퍼진 이후 국내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했다. 시장 흐름에 맞춰 유통 대기업들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이커머스 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며 "그러나 온라인 사업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면서 본업인 오프라인 사업을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백화점·마트 등 주요 유통 부문은 리오프닝에 맞춰 확연한 실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며 “보틀벙커, 차별화 MD 등을 통해 새로운 쇼핑 문화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신세계그룹에서도 감지된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2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오프라인 사업에만 투자금의 절반 이상인 11조원을 쏟기로 했다. 반면 온라인 사업에는 물류 경쟁력 확대를 위한 물류센터 확대와 시스템 개발 등에 3조원을 투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