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에 주식 등 투자처를 알아보기보다는 '예적금'으로 시선을 돌리는 분위기다. 특히 높은 금리를 주는 한정판 '특판 상품'에 금융소비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매수대금과 매도대금의 평균)은 4조3009억원으로 집계됐다. 월간 기준 2020년 2월 일평균 거래대금 3조720억원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코스피가 사상 최초 3000을 돌파한 지난해 1월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7조2994억원에 달한 바 있다. 이와 비교하면 지금은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국내 증시가 연일 바닥을 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는 분위기다.
반면 금리 상승으로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예적금 잔액은 늘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지난달 말 요구불예금 잔액은 6조3512억원 늘어난 709조9635억원, 정기예금은 5조3191억원 늘어난 685조959억원을 나타냈다.
또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 잔액은 118조6572억원, 정기적금 잔액은 37조4643억원으로, 각각 3조1240억원, 7046억원 불었다.
전문가들이 당분간 코스피지수가 지지부진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예적금에 대한 관심은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리 인상기와 맞물려 은행들이 내놓는 '특판 상품'은 소비자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케이뱅크가 지난달 17일 10만좌 한정으로 출시한 최고 연 5% 금리의 ‘코드K자유적금’은 10일 만에 판매가 종료됐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달 1일에도 같은 적금 상품을 같은 금리로 특판 행사를 진행했는데, 이틀 만에 10만4229좌가 팔렸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8일 30만좌 한도로 ‘신한 쏠만해 적금’을 출시했다. 신한 모바일뱅킹 신규 가입 또는 올해 첫 접속, 마케팅 동의 등의 조건을 갖춰 우대금리가 적용될 경우 최고 연 5.0% 금리가 가능하다.
또 최근 신한은행은 창업 40주년을 맞아 특판상품인 '신한 40주년 페스타 적금'을 내놨다. 주 단위로 납입하는 만기 10개월 자유 적금으로 매주 납입 여부에 따라 최고 연 4.0% 금리가 적용된다. 월 최고 30만원까지 납입 가능하며 10만좌 한도로 출시된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2일부터 연 최고 3.20% 금리를 제공하는 ‘2022 우리 특판 정기예금'을 2조원 한도로 판매하고 있다. 가입 만기를 18개월로 선택하면 최고 연 3.20%를 적용받을 수 있으며, 최소 가입 금액은 100만원이다.
금융권은 최근 주식과 코인 시장에 한파가 몰아닥치면서 대출을 내 투자하던 '빚투 현상'이 사라지고, 안전 자산인 예적금으로 눈을 돌리는 ‘역 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699조6521억원으로, 5월 말보다 1조4094억원이 줄었다.
게다가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의 '이자 장사'에 대해 경고하면서, 은행권이 예적금 금리는 높이는 추세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식 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빚투가 줄고 자연스럽게 가계대출이 감소하고 있다"며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단기간 높은 금리를 주는 특판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