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한 백정현. 올해 첫 12번의 등판에서 승리 없이 8패만 기록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왼손 투수 백정현(35·삼성 라이온즈)의 부진이 심각하다.
백정현은 올 시즌 첫 12번의 등판에서 8패만 기록했다. 4일 기준으로 KBO리그 투수 중 시즌 10번의 선발 등판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한 건 이재학(NC 다이노스·7패)과 백정현 둘뿐이다. 삼성은 백정현이 등판한 12경기에서 10패를 당했다.
세부 지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평균자책점이 6.44로 규정이닝을 채웠다면 리그 최하위에 해당한다. 피안타율이 0.312로 높고, 피출루율(0.372)과 피장타율(0.553)을 합한 피OPS도 0.925로 낙제 수준이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피홈런(16개)까지 허용했다. 지난 4월 22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피홈런 3개로 7실점 했다.
백정현은 지난 시즌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2007년 데뷔 후 처음으로 시즌 두 자릿수 승리(14승)를 따내며 국내 선수 평균자책점 1위(2.63)에 올랐다. 지난겨울 삼성과 4년, 총액 38억원(계약금 14억원, 연봉 합계 20억원, 인센티브 합계 4억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 탓에 "계약 기간 4년을 보장받기 힘들 거"라는 전망도 있었다. 백정현의 2020년 성적은 4승 4패 평균자책점 5.19로 좋지 않았다.
데뷔 후 단 한 번도 시즌 160이닝을 채운 적이 없다는 것도 불안요소였다. FA 시즌에 성적이 급등하는 이른바 'FA 로이드(FA+스테로이드 합성어)'가 아니냐는 평가가 있었지만, 삼성의 판단은 달랐다. 첫 협상부터 4년 계약을 보장하며 4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안겼다. 계약 후 홍준학 삼성 단장은 "협상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보장) 기간을 좋게(길게) 주는 게 선수 입장에선 불안하지 않을 거라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FA 계약 첫 시즌은 악몽에 가깝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백정현의 직구(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35.3㎞/h에 불과하다. 2020년 138.5㎞/h, 지난해 136.8㎞/h에 이어 하락세가 뚜렷하다. 지난 시즌에는 부족한 구속을 제구로 만회했는데 올 시즌에는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눈에 띄게 늘었다. 그 결과 직구 피안타율이 0.216에서 0.333으로 급등했다. 투심 패스트볼도 위력이 떨어진다. 구종 피안타율이 0.306에서 0.386으로 악화했다. 속구 계열의 구종이 공략당하면서 슬라이더 비율(25.2%→30.9%)을 끌어올렸지만 이마저도 통하지 않고 있다.
백정현은 지난 5월 29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20일가량 2군에서 조정기를 거쳤다. 당시 2군 2경기에서 등판해 평균자책점이 9.53으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은 백정현을 콜업했다.
부진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백정현은 선발 등판 다음 날 불펜 피칭을 하며 지난해 감각을 되살리려고 노력 중이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아마 백정현이 가장 힘들 것"이라고 선수를 옹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