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앳나인필름, 영화사 진진 제공 다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다양성 영화들이 극장가에서 사랑받고 있다.
지난달 23일 나란히 극장 개봉한 여화 ‘모어’와 ‘니얼굴’은 각각 트랜스젠더 드래그 아티스트 모어와 발달장애 캐리커처 작가 정은혜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소위 말하는 ‘평범’과 거리가 먼 주인공들의 일상을 담백하게 묘사, 관객들에게 호응과 공감을 얻고 있다.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모어’의 주인공 모어는 어릴 때부터 끼를 주체 못 하는 ‘끼돌이’였다. 국민체조를 할 때도 발레처럼 하던 그는 소원대로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발레를 전공하게 됐다. 하지만 ‘발레리노’가 아닌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던 모어에게 꿈을 이루는 길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사연 끝에 모어가 자리를 튼 곳은 서울 이태원의 한 지하 클럽. 그곳에서 그는 드래그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생업을 잇고 있다. 이국적인 정서의 상징인 이태원은 모어가 포용될 수 있었던 유일한 곳이었다.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모어’는 이런 모어의 삶을 슬프게 그리지 않는다. 알게 모르게 편견이 가득한 세상에 대해서도 울분을 던지거나 화를 내는 대신 노래와 춤으로 슬며시 풍자한다. 이일하 감독은 “모어에게 드래그 쇼는 절실한 밥벌이면서 투쟁의 도구다. 그는 자신을 차별하고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세상에 춤이라는 도구로 당당히 맞선다”며 “이 다큐멘터리는 모어가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펼치는 드래그 쇼이자 자신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은 세상을 향해 던지는 처절한 타원서”라고 설명했다. 니얼굴 ‘니얼굴’은 발달장애를 가진 정은혜를 주인공으로 내세우지만, 발달장애라는 키워드를 굳이 전면에 배치하지 않는 영화다. 대신 ‘캐리커처 작가’라고 심플하게 소개할 뿐이다.
발달장애는 외모만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는 겉으로 드러나는 요소다. 때문에 이 사람이 가진 다른 특색들을 보이지 않게 하기도 한다. 이렇게 장애가 하나의 편견으로 자리하게 되면 사회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기가 어려워지는 건 당연한 일.
‘니얼굴’은 정은혜 작가가 가지고 있는 위트, 당당함, 자존감 같은 매력들을 스크린에 전시, 발달장애인에 대한 관객들의 편견을 깬다. 장애인을 ‘부족하다’거나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생각했다면 ‘니얼굴’은 그런 고정관념을 깨기 충분하다. 영화는 자신의 삶을 온전히, 그리고 즐겁게 살아가는 한 발달장애인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 고정관념을 넘는 길이 있음을 보여준다. 니얼굴 서동일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기분 좋게 극장에서 나올 수 있게, 정은혜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게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며 “가급적이면 발달장애인이 겪는 차별이나 무시, 소외 같은 감정들보다 정은혜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통해 유쾌하고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정은혜가 그림이라는 도구를 통해 사회적 영역을 확정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