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 드림올스타 대 나눔올스타의 경기. 1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나눔올스타 키움 이정후가 1루타를 쳐낸 뒤 엄지를 들어올려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바람의 손자'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가 존경하는 선배 박병호(36·KT) 앞에서 펄펄 날았다.
키움은 2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원정 경기를 8-7로 승리했다. 시즌 57승(1무 33패)째를 따낸 키움은 이날 LG 트윈스(54승 1무 33패)에 덜미가 잡힌 선두 SSG 랜더스(59승 3무 27패)와 승차를 4경기로 좁혔다. 아울러 올 시즌 KT전 상대 전적 7승 1무 2패를 기록, '천적' 관계를 유지했다.
승리 일등공신은 3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이정후였다. 이정후는 1회 초 1사 1루에서 중전 안타로 1·3루 찬스를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키움은 후속 송성문의 2루 땅볼과 야시엘 푸이그의 적시타로 2-0 리드를 잡았다. 3회와 4회 범타로 물러난 이정후는 7회 몸에 맞는 공으로 걸어나갔다.
하이라이트는 다섯 번째 타석이었다. 키움은 5-6으로 뒤진 8회 초 1사 후 안타 2개와 볼넷 1개로 천금 같은 만루 찬스를 잡았다. 그리고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가 싹쓸이 역전 3타점 3루타를 때려냈다. 풀카운트에서 KT 필승조 주권이 던진 6구째 체인지업을 걷어올려 좌중간을 갈랐다. 주권이 4구째부터 연거푸 3개의 체인지업을 구사했는데 2개를 지켜본 뒤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세 번째 실투성 체인지업을 놓치지 않았다.
키움으로선 쉽지 않은 경기였다. 4회까지 4-2로 앞섰지만 5회 말 박병호의 동점 투런 홈런으로 리드가 날아갔다. 5-4로 앞선 7회 말에는 선두타자 박병호가 개인 통산 22번째 연타석 홈런으로 다시 동점이 됐다. 키움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7회 말 1사 후 김준태의 역전 홈런까지 터져 순식간에 5-6으로 끌려갔다. 하지만 이정후가 8회 초 역전 3타점 결승타로 벼랑 끝에 몰렸던 팀을 구원했다.
박병호는 지난 시즌까지 키움에서 이정후와 한솥밥을 먹은 베테랑. 이정후가 "존경하는 선배"라고 말할 정도로 두 선수의 관계가 돈독하지만 그라운드 안에선 양보가 없었다. 박병호의 타격 성적이 5타수 3안타(2홈런) 3타점. 이정후는 4타수 2안타 3타점. 26일 맞대결 만큼은 팀이 승리한 후배 이정후의 '판정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