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확실성에 맞선 각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이 특히 큰 충격을 받았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1일 노재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이하 인기협) 디지털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플랫폼 기업은 가치 평가 시 미래 영업이익과 매출액 등에 대한 가정이 많아 기존 산업보다 할인율 변동이 크다"며 "금리 인상은 현금 유동성에 대한 위험과 기업 가치 할인율을 동시에 높여 상대적으로 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미국은 코로나19 유행,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차질 등 복합적인 요인이 야기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조기에 진화하기 위해 기준 금리를 지난 5월 0.5%포인트(빅스텝) 인상한 데 이어 6월과 7월 연속으로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현금 가치를 올려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한국은행도 기준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지만 약 2년 반 만에 한미 금리가 역전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에 해외자본 유출로 국내 증시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아직은 이상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미래 성장 기대감에 개인투자자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던 양대 플랫폼의 기업 가치는 올해 들어 급격히 추락했다.
1년 전과 비교해 네이버는 40% 이상, 카카오는 50%가량 떨어졌다. 시가총액 순위는 네이버가 3위에서 7위, 카카오가 4위에서 10위로 주저앉았다. 합산 시총은 60조원 넘게 빠졌다.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미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금리는 2023년까지 오르고 그때 각국 중앙은행의 조치에 대응해 가열된 물가는 식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여전히 플랫폼 산업은 국가 차원에서 보호해야 하는 핵심 먹거리라는 게 인기협의 주장이다.
노재인 연구원은 "이미 세계 경제를 이끄는 한축으로 디지털 경제가 부상했고, 우리나라 역시 플랫폼 기업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경제 영역이 확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악의 경기 침체로 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돼야 하는 플랫폼 기업들의 감원과 채용 동결이 이어지고 있어 경기 침체의 악순환이 예상된다"고 했다.
네이버는 올해 신규 채용을 작년보다 약 30% 줄일 것으로 관측된다. 카카오 역시 이런 추세에 맞춰 인력 충원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양대 플랫폼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도입 급물살을 탔던 강도 높은 제재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은 다행히 자율 규제로 방향을 바꿔 추진하는 분위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중 플랫폼 자율기구 내 갑을·소비자분과 첫 회의를 열어 자율 규제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인기협은 과거의 '갑과 을' 프레임에서 벗어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재인 연구원은 "해외 빅테크 기업들의 공격적 시장 확산에 대한 대응력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며 "경제 환경 변화로 쉽게 무너질 수 있어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