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민은 4일 기준으로 LG가 치른 95경기에 모두 출장했다. 올 시즌 전 경기에 출장 중인 선수는 6명. LG에선 박해민이 유일하다. 그는 "시즌 초반 타격이 부진할 때도 코치진에서 계속 기회를 주셔서 전 경기 출장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LG는 롯데 자이언츠와 주중 3연전에서 처음으로 완전체 타선을 꾸렸다. 올 시즌 LG 주전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거나 체력 문제에 시달렸다. 류지현 LG 감독은 "감독 입장에서는 주전 선수가 매 경기 출전했으면 한다. 하지만 144경기 출전은 감독 욕심만으로 될 수 없다"고 했다. 박해민의 전 경기 출장이 더 의미 있는 이유다.
프로 선수라면 크고 작은 부상을 늘 안고 살지만, 박해민은 잔부상이 거의 없다. 경기 중 당한 부상을 제외하면 크게 다친 적도 없다. 144경기 체제가 도입된 2015년을 시작으로 2017부터 2019년까지 총 4차례나 전 경기 출장을 달성했다. 박해민은 주전으로 도약한 2014년 이후 1096경기에 나서, 이 기간 팀 동료 오지환(1126경기)에 이어 최다 출장 2위에 해당한다. 그는 "경기에 빠지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출전할 수 있을 때 최대한 뛰어야 한다. 나이 들고, 실력이 떨어지면 경기에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지 않나"라며 웃었다.
박해민은 총 802이닝을 수비했다. 최다 수비 이닝 전체 4위. 30대 선수 중에는 단연 1위다. 박해민이 많은 이닝을 수비한다는 건 그만큼 LG 외야 수비가 탄탄하다는 의미다. 코너 외야수 김현수와 홍창기, 문성주, 이재원은 박해민의 넓은 수비 범위 덕에 수비 부담을 덜고 있다. 그는 "타석에서 부족한 점을 수비와 주루로 메우고 싶다. 투수와 동료 야수에게 안정감을 주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박해민은 국가대표 리드오프 출신이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뒤다 지난해 12월 LG와 4년 총 60억원의 대형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체결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로 자리잡았지만 경기 출장의 강한 의지는 여전하다. 이는 생존 본능이기도 하다. 박해민은 "내가 한두 경기 빠졌을 때 다른 선수가 빈자리를 꿰차고 들어올 수 있다. 나도 삼성에서 자리가 비었을 때 기회를 얻어 힘들게 주전으로 도약했다"며 "그래서 매일 경기에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LG는 '홈런 2위' 김현수와 '출루왕' 홍창기, '장외 타격왕' 문성주, '우타 거포' 이재원(12홈런)까지 외야 구성이 탄탄하다. 박해민은 "게다가 우리 팀에 워낙 좋은 외야수가 많다. 물론 내가 고액 연봉자여서 위기감이 덜할 수도 있겠지만, 마음 한쪽에는 '언제든 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뛰고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수비와 주루는 이미 리그 최정상이다. 네 차례 도루왕에 오른 그는 올 시즌에도 도루 5위(20개)에 올라있다. 역대 3번째로 9년 연속 20도루 고지를 밟았다. 지난 3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5타수 4안타를 기록, 개막 첫 경기 이후 넉 달 만에 3할 타율에 복귀했다.
시즌 출발은 최악에 가까웠다. 4월까지 타율 0.183로 이 부문 58위였다. 하지만 김현수와 홍창기, 문성주가 크고 작은 부상으로 빠질 때도 꾸준하게 출전한 박해민은 제 자리를 찾았다. 5월(0.320) 6월(0.357) 7월(0.310)까지 월별 타율 3할 이상을 넘겼다. 상황에 따라 리드오프 역할도 수행했다. 그는 "슬로 스타터 유형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FA 이적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구단에서 큰돈을 들여 영입한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는 욕심이 컸다"며 "고액 연봉자라면 그런 부담을 당연히 이겨내야 한다. LG에 비슷한 또래 선수들이 많아 빨리 적응했다"며 고마워했다.
차명석 LG 단장은 박해민 영입 당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선수다. 공·수·주에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해민은 "부담감은 모두 사라졌다. 팀이 날 영입한 건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달라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출루에 최대한 신경 쓰고 있다. 순위 경쟁 중인 팀에 큰 보탬이 되겠다"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