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 페이즈2라 불러도 좋다. 연출가에 이어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로 심사위원으로까지 발을 넓힌 문근영을 일간스포츠가 만났다.
문근영은 15일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안승균, 정평 등 동료 배우들과 만든 창작집단 바치의 프로젝트와 심사위원으로 영화제에 참석한 소회, 연출가 및 배우로서의 계획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꺼내놨다. -영화제 어떻게 즐기고 있나. “14일까지 한국경쟁심사 때문에 영화를 계속 봤다. 그러고 나서 다른 심사위원분들과 최종적으로 회의를 마쳐 수상작을 결정했다. 이제 조금 한가하다.”
-심사위원으로 영화제에 참석한 심경이 남다를 것 같다. “부담스러운 마음도 있기는 했다. 그런데 이번 영화제에서 만난 권해효 선배가 ‘너무 어렵고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마라. 어쨌든 너를 심사위원으로 뽑았다는 건 네 취향과 관점을 존중한다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해줬다. 나를 믿고 영화를 보면 된다는 좋은 말씀을 들어서 편안한 마음으로 심사할 수 있었다.”
-팬데믹 이후 오랜만에 영화제가 정상화됐다. 관객들 보니 어떻던가. “사실 심사를 해서 거의 극장에 있기는 했는데, 다른 관에 많은 관객이 자리했다는 걸 알게 돼 반가웠다. 기분이 무척 좋더라. 영화계가 다시 부흥하는 때가 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더라.” -이번 영화제에서 ‘심연’, ‘꿈에 와줘’, ‘현재진행형’ 등 단편 연출작을 공개했다. “연출 작업이 재미있었다. 그동안엔 연기로만 무언가를 해소했던 것 같은데 직접 글도 쓰고 연출도 하니 많은 것들을 새롭게 배우게 됐다. 감독이라는 게 이렇게 생각과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자리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계속 배우로서만 바라보던 관점들이 다양하게 넓어졌다. 여러모로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세 작품 모두 대사가 없던데.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면 ‘심연’의 경우 물속에서 촬영을 하다 보니 자연히 대사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그 촬영을 하고 나서 대사 없이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감정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치의 첫 프로젝트는 대사 없이 눈빛과 표정, 움직임으로 전달하는 작품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두 번째 프로젝트도 구체화되고 있나. “아직 구체적인 단계는 아니다. 다만 두 번째 프로젝트에는 대사를 조금 넣을 생각이다. (웃음) 사실 이번 세 작품은 말이 없고 음악과 영상으로만 진행이 되다 보니 조금 직관적이지 않나.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조금 더 섬세하게 전달하는 연기를 담아 보려고 한다.”
-‘심연’의 수중촬영은 어땠나. “전에 수중촬영을 해봤는데 그때 너무 재미있었다. 이번에도 재미있게 찍었다.”
-최근 이정재가 ‘헌트’로 상업영화 감독 데뷔를 했다. 좋은 반응 얻는 선배 보며 좋은 자극을 받을 것 같은데. “나는 이정재 선배처럼 되려면 아직 한참 더 배우고 경험해야 한다. (웃음) 지금은 소소하게 조금씩 작은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벌써 하반기에 접어들었다. 계획이 있다면. “최대한 여러분께 많이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지금 하는 프로젝트도 잘 준비하고, 좋은 작품도 잘 찾고 싶다. 꾸준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연기자로서 목표하는 바가 있다면.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런 말 이미 많이 듣지 않았나. “더 듣고 싶다. (웃음) 가야 할 길이 너무 길다고 생각한다. 천천히 또박또박 긴 길을 걸어가고 싶다. 이런 시도, 저런 모험도 다 해보고 싶다. 약간 기대하지 않은 면모를 보시더라도 너무 놀라지 마시고 ‘아, 저 배우가 여러 고민을 하고 있구나’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