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학폭) 문제로 2년 전 KBO리그행이 불발된 김유성(20·고려대)을 향한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신인 드래프트 상위 라운드 지명이 확실한 가운데 어느 구단이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2023년 KBO 신인 드래프트 참가 신청은 16일 자정 마감됐다. '고교 최대어' 심준석(18·덕수고)이 미국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위해 드래프트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오른손 투수 김서현(18·서울고)의 전체 1순위 한화 이글스행이 유력해졌다. 이밖에 왼손 투수 윤영철(18·충암고)과 오른손 투수 신영우(18·경남고)의 최상위 지명이 예상되는 가운데 김유성의 행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A 구단 단장은 "기량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만 어느 팀이나 학폭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고를 졸업한 김유성은 2020년 8월 열린 2021년 KBO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에서 NC 다이노스의 선택을 받았다. 그해 6월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김해고를 창단 첫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끈 에이스였다. '경남권 최고 투수 유망주'라는 평가를 들었지만, 1차 지명 직후 중학교 시절 학폭 과거가 드러났다. NC는 "해당 선수의 사건을 꼼꼼히 확인하지 못했다"며 김유성의 지명을 철회했다. 1차 지명 역사상 구단이 지명을 포기한 건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김유성은 고려대에 입학했다. 그리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올해 신인 드래프트 참가 신청서를 냈다. KBO는 올해부터 대학 선수의 얼리 드래프트(조기 지명) 제도를 도입, 4년제 및 3년제 대학교에서 2학년에 재학 중인 선수의 드래프트 참가가 가능해졌다. B 구단 스카우트는 "대학생 중에선 1번이다. 기량만 보면 가장 낫다.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한다"며 "신체조건(1m90㎝·92㎏)이 좋고 구속도 150㎞/h 이상 나온다. 스플리터가 괜찮다"고 호평했다. 이어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함께 내놨다.
관건은 역시 학폭 이력에 대한 해석이다. 김유성은 내동중 3학년 여수 전지훈련지 때 후배의 명치를 가격해 학교폭력위원회로부터 출석정지 5일 조치를 받았다. 관련 사건이 고소까지 이어졌고 창원지방법원의 화해 권고가 성립되지 않아 20시간 심리치료 수강, 40시간 사회 봉사명령을 받았다. 관련 징계를 모두 소화했지만, 지명에 따른 부담까지 모두 사라진 건 아니다.
C 구단 단장은 "김유성은 4년제를 졸업한 게 아니라 2년만 마치고 드래프트에 나와 (다른 대졸 선수들보다) 나이가 많은 게 아니다. 이 부분에선 강점이 있다. 하지만 피해자와 합의를 안 했다는 얘기가 있다. 그게 좀 걸린다"며 "이미 징계를 다 받았으니까 안 찍을 이유가 있을까 싶기도 한데 합의까지 했으면 더 좋았을 거다. 찜찜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D 구단 스카우트는 "징계를 이미 다 소화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학폭은 민감한 이슈다. 하지만 학폭 전력 선수들의 프로행이 모두 좌절된 건 아니다.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명목으로 최근 2년 사이 수많은 아마추어 선수가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김유성의 1차 지명이 철회된 202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유성은 학폭 징계를 다 소화했고 동급생보다 프로행이 2년 미뤄졌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처벌받았다"는 시선이 존재한다. 한 아마 야구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학폭이 있었던 선수 중 합의를 봤다며 뽑은 사례가 있다. 올해도 그럴 거다. 문제는 김유성이 갖는 상징성"이라며 "이 선수를 지명했을 때 어떤 비판을 받을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만만하게 볼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2023년 KBO 신인 드래프트는 기존 1차 지명과 2차 지명이 통합된 전면 드래프트로 진행된다. 지난해 리그 순위 역순으로 한화→KIA 타이거즈→롯데 자이언츠→NC 다이노스가 1라운드 전체 1~4번 지명권을 행사한다. 상황에 따라 NC에 재지명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임선남 NC 단장은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확정된 게 아직 없다. (김유성을 후보에서) 완전히 제외한 건 아니다. 고민 중"이라고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다. C 구단 단장은 "(전체 3순위 지명권을 가진) 롯데에서 김유성 지명에 관심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