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안에 있을 때 이미지와 밖에 있을 때 이미지가 다른 것 같아요. 코트 안에서는 프로이고, 밖에서는 여느 청년과 똑같죠.”
최근 태국 파타야에서 열리고 있는 ITF(국제테니스연맹) 파타야오픈에 참가 중인 휠체어테니스 선수 임호원(24·스포츠토토코리아)이 일간스포츠와 전화 인터뷰에서 웃으며 말했다. 그는 지난 26일 끝난 휠체어테니스 남자 단식 준결승에서 탈락했으나, 한성봉(달성군청)과 함께 출전한 남자 복식에서는 준우승했다.
임호원은 한국 휠체어테니스의 간판이다. 2013년 아시아장애청소년대회에서 국내 휠체어테니스 선수 중 처음으로 은메달을 획득했고, 2015년 16세의 나이로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최연소 국가대표가 됐다. 이후 2016 리우 패럴림픽, 2020 도쿄 패럴림픽 등에 출전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는 남자 복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임호원은 지난 20일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장에서 끝난 2022 서울코리아오픈 국제휠체어테니스대회에서 남자 복식과 단식에서 모두 우승했다. 18일 끝난 남자 복식 결승에서 한성봉과 함께 출전해 이하걸-오상호 조를 세트 스코어 2-0(6-0 6-2)으로 꺾었다. 19일 남자 단식 결승에선 한성봉을 상대해 세트 스코어 2-0(6-4 6-2)으로 이겨 대회 2관왕에 올랐다.
그는 “최근 성적이 잘 나오고 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다소 걱정됐던 부분이 있었는데, 결과가 잘 따라줘 기분이 좋다. 부족한 부분이 많아 더 열심히 해야 한다. (경기) 운영에서 더 발전해야 한다. 경기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있는데,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며 웃었다.
휠체어테니스는 비장애인 테니스와 코트 규격과 일반적인 경기 방식은 같다. 다만 투바운드까지 허용된다. 경기할 때 필수 장비인 휠체어는 방향 전환에 용이하도록 바퀴가 사선으로 되어 있고 작은 바퀴가 전방에 2개, 후방에 1개가 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에서 투수로 활약했던 김명제(35)도 휠체어테니스 선수로 활동 중이다. 임호원은 김명제와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초등학교 2학년 어린 나이에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던 임호원은 우연한 계기로 휠체어테니스를 시작했다. 재활 병동 옆 침상에 누운 환자의 보호자가 테니스 라켓을 선물해주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임호원은 “그분께서 ‘테니스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며 라켓을 선물해주셨다. 이후에는 직접 테니스장도 데려다주시곤 하셨다.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돌아봤다.
그랜드슬램(US, 호주, 프랑스, 윔블던) 대회 출전이 목표인 임호원은 세계 랭킹을 끌어올리고 있다. 코리아오픈 우승으로 랭킹이 34위에서 21위가 됐다. 그랜드슬램 대회에는 16명까지 출전할 수 있다. 임호원은 “휠체어테니스는 세계 랭킹을 많이 올려야 하는 스포츠다. 해외 대회 출전이 잦다. 스포츠토토코리아에서 해외 출전에 지원을 많이 해줘서 랭킹을 올릴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