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승 10패, 승률 0.167. KIA 타이거즈 사이드암 선발 투수 임기영(29)이 올 시즌 등판한 20경기(18선발)에서 남긴 성적이다. 그는 백정현(삼성 라이온즈)·김민우·남지민(이상 한화 이글스)에 이어 KBO리그에서 네 번째로 '두 자릿수 패전'을 기록했다.
임기영은 시즌 10패째를 당한 8월 27일 광주 두산 베어스전에서 6과 3분의 1이닝 동안 2점만 내줬다. 호투했지만, 타선이 침묵했다. KIA가 1-2로 져 그는 패전 투수가 됐다.
올 시즌 임기영의 승운은 좋은 편이 아니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8회 해냈지만 그중 4경기에서 패전 투수가 됐다. 후반기 첫 3경기에서도 모두 5이닝 이상 막아내며 3점 이상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승리 없이 2패만 당했다. 선발로 나섰을 때 받은 득점 지원은 평균 2.00점에 불과했다. 6월 21일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8경기(선발 등판 기준) 연속 승수 추가를 하지 못했다.
임기영은 커리어 최다 패, 최저 승률을 기록할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그가 KIA 마운드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력은 전적이나 승률만으론 설명하기 부족하다.
임기영은 올 시즌 선발 등판한 18경기에서 평균 5와 3분의 2이닝을 소화했다. 에이스 양현종과 함께 팀 내 1위 기록이다. 6월 이후 등판한 선발 12경기에서 모두 5이닝 이상 막았다. 5점 이상 내준 경기는 한 번뿐이다.
감독들은 선발 투수를 일찍 마운드에서 내려야 할 때 "가장 난감하다"고 말한다. 경기 승패를 떠나 계획대로 불펜을 운영하지 못한 여파가 다음 경기까지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김종국 KIA 감독 입장에선 임기영이 5이닝 이상 막아줄 수 있다고 계산하고 마운드를 꾸릴 수 있다. 임기영은 그만큼 꾸준하게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그는 2021시즌에도 KIA 투수진 중 유일하게 규정이닝을 채웠다.
임기영은 헐거워진 KIA의 뒷문을 직접 잠그기도 했다. 셋업맨 장현식과 전상현, 그리고 마무리 투수 정해영이 나란히 부상으로 이탈한 8월 중순 두 차례 구원나 투수로 나섰다. 15일 삼성전에선 선발 양현종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나서 2이닝을 막았고, 17일 SSG 랜더스전에서는 4-3으로 앞선 9회 말 등판해 세이브를 올렸다.
임기영은 최근 6시즌(2017~2022) 등판한 137경기 중 117경기에서 선발 임무를 맡았다. 2019년 하반기 이후엔 '불펜 알바'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필승조 투수들이 집단 이탈하며 KIA가 비상에 걸린 상황에서 단비 같은 투구를 보여줬다.
KBO리그는 9월 넷째 주말부터 잔여 경기 일정에 돌입한다. 5선발인 임기영은 이 시기 불펜에서 대기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롱릴리버부터 셋업맨까지 다양한 임무를 맡을 수 있는 투수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마찬가지다. 1할대 승률을 기록하고 있어도 임기영은 팀 마운드의 든든한 버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