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와 증시 침체에 기업들이 대안 마련에 분주하다.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그룹의 경우 주주가치 제고의 일환으로 자기주식과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며 책임 경영에 힘을 쏟고 있다. 이와 반대로 박정원 회장이 이끄는 두산그룹은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을 통한 지분 매도로 소액주주들을 울리고 있다.
SK·SK케미칼 주식 매입 소액주주 친화적
5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이 주주가치 제고의 일환으로 자기주식과 계열사의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
먼저 지주사 SK는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통해 시가총액 1%가 넘는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SK는 증권사 신탁 계약 방식으로 6개월 내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이다.
SK가 자기주식으로 매입하는 물량은 전량 소각될 예정이다. 소각을 통해 전체 발행 주식 수가 줄어들면 주식의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호재로 인식된다. 이에 자기주식 매입 공지 다음날인 8월 31일 SK의 주가는 23만3000원으로 2.42%(5500원) 오르며 긍정적으로 움직였다.
이 같은 행보는 주주환원정책 강화에 따른 것이다. SK는 지난 3월 2025년까지 매년 시가총액의 1% 이상 자기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성형 SK 재무부문장은 “SK가 불투명한 시장 환경 속에서도 4대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지속성장하고 있는데 이런 성과를 주주가치로 이어가기 위해 자기주식 매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SK디스커버리는 지난 1일 자회사 SK케미칼의 지분을 추가 취득하기 위해 공개 매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SK케미칼 주식 약 92만주를 주당 10만8800원에 시장에서 공개 매수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2일부터 21일까지 공개 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소식에 2일 SK케미칼 주가는 10.99%(1만400원)나 급등했다.
SK디스커버리는 지분 매수를 통해 SK케미칼을 연결 자회사로 편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SK케미칼을 SK디스커버리의 자회사로 편입하면 재무성과 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은 이후 그린소재, 바이오, 그린에너지, 리빙 솔루션 4개 부문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SK디스커버리는 “자회사에 대한 직접 투자와 포트폴리오 확대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권리와 이익이 보호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 블록딜, 동학개미 불똥
두산은 SK와 정반대 행보를 보여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두산그룹의 지주사 두산은 지난달 30일 이사회에서 두산에너빌리티(전 두산중공업) 지분 35% 가운데 4.5% 블록딜 매각을 결정했다. 매각 주식 수는 2854만주로 처분 규모가 5722억원에 달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두산그룹의 중추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는 지난달 31일부터 추락하고 있다. 31일 6.22%(1350원) 급락한 2만350원으로 마감했지만 5일 1만8000원대까지 하락세가 이어지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블록딜 소식 여파로 원전 수혜주로 꼽히며 상승했던 주가가 약 15% 급락하자 소액주주들은 두산 오너가에 대한 원망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소액주주는 “유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블록딜이냐. 대주주의 횡포로 소액주주만 손해를 본다”고 분노했다. 다른 주주는 “채권단 관리 조기 졸업하자 계열사 지분 팔아 등 뒤에 비수 꽂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채권단 관리 체제에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난 2월 1조15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시행했다. 이전 2020년 9월에도 1조2000억원 유상증자했다.
두산 측은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금융시장 변동성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일환이다. 추가적인 매각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