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의 7월은 '위기'였다. 4경기 연속 실점 포함, 월간 평균자책점이 무려 12.79에 달했다. 개막 후 6월까지 2.40이었던 평균자책점이 7월을 마쳤을 때 4.21까지 치솟았다. 부진 원인으로 구속 하락이 지목돼 "한물간 것 아니냐"라는 혹평까지 들었다. 불혹의 적지 않은 나이를 고려했을 때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오승환은 지난해 44세이브를 기록했다.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시즌 40세이브 고지를 재정복, 손승락(2013·만 31세)이 보유한 리그 최고령 40세이브 기록을 갈아치우며 개인 통산 여섯 번째 구원왕에 올랐다. 지난여름 '타이틀 홀더'가 부진하자 곳곳에서 '포스트 오승환'이 두각을 나타냈다. 고우석(24·LG 트윈스)은 7월 한 달 동안 6세이브를 수확, KBO리그 세이브 1위를 질주했다. 정해영(21·KIA 타이거즈)의 7월 월간 평균자책점은 '0'이었다.
오승환이 흔들린 가장 큰 이유는 직구(포심 패스트볼)였다. 전매 특허 '돌직구'가 통하지 않으면서 개인 성적이 악화했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오승환의 지난 6월 직구 피안타율은 0.353로 높았다. 눈여겨볼 부문은 구속. 6월 직구 평균 스피드가 143㎞/h에 불과했다. 전성기 150㎞/h를 넘나들던 빠른 공이 자취를 감췄다. 7월에는 직구 비율을 전월보다 2.1%포인트(p) 올렸지만, 평균 구속이 142.8㎞/h까지 떨어졌다. 구종 피안타율은 0.600. 변화구를 뒷받침하는 직구가 통하지 않으니 마운드에서 버텨낼 힘이 부족했다.
벼랑 끝에 서 있던 오승환은 반등했다. 8월에 등판한 10경기에서 5세이브 평균자책점 0.90을 기록했다. 10이닝을 소화하면서 내준 점수가 단 1점. 월간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0.50에 불과할 정도로 타자를 꽁꽁 묶었다. 잦은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볼넷 허용도 크게 줄였다.
오승환의 9월도 흠잡을 곳이 없다. 14일 기준 9월 첫 6경기에서 5세이브를 수확했다. 6이닝 2피안타 무실점. 피안타율이 1할이다. 전반기(32경기·평균자책점 3.90)와 후반기(20경기·평균자책점 1.80)의 모습이 180도 달라졌다.
투구 레퍼토리에 변화를 준 덕분이다. 오승환은 7월 51.5%였던 직구 비율을 8월 48.4%, 9월 42%까지 낮췄다. 대신 변화구 구사율을 높여 수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특히 9월 커브 비율을 18.5%(8월 8.1%)까지 끌어올렸다.
박진만 삼성 감독 대행은 지난 4일 "(포수)강민호와 잠깐 얘기를 했는데. '요즈음 받아본 (오승환) 공 가운데 가장 좋았다'는 얘길 들었다"며 "'돌부처'라고 불릴 정도로 강해도 그동안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있었을 거다. 그런데 요즘 자신감을 다시 얻은 것 같다. 좋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승환이 안정감을 찾으면서 삼성의 불펜은 짜임새를 회복했다. 9월 팀 불펜 평균자책점이 4.08로 리그 3위다.
오승환은 마운드 위에서 표정 변화가 거의 없다. 경기 내내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 수년간 마무리 투수의 중압감을 견뎌내면서 쌓은 그만의 무기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그는 "딱히 다른 소감은 없다. 늘 하던 대로 하면서 팀이 많이 이기고 블론세이브를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그러면 팀 성적도 자연스럽게 좋아질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지난 6월 '후배들과의 세이브 경쟁'에 대해선 "나이에 연연하거나 나이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면 모두가 똑같은 선수"라고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오승환은 그만의 방법으로 부진을 탈출했다. 그는 "팀 연패나 블론 세이브, 구속 저하를 비롯해 조급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했다"며 "떨어진 구속을 갑자기 끌어올리려고 시도하거나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변화구를 만들어서 던졌다면 더 안 좋았을 거다. 시도도 안 했지만 그렇게 하면 지금까지 해온 걸 부정하는 게 될 수 있다. 해 오던 것을 묵묵히 한 게 (반등에 성공한) 원동력이라면 원동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