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는 2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원정 경기에서 9회 초 만루 홈런을 터뜨려 팀의 8-6 역전승을 이끌었다. 중반 한화에 4실점 빅 이닝을 허용해 흔들렸던 분위기는 이대호의 '한 방'으로 단숨에 뒤집어졌고, 롯데 팬들이 찾았던 원정 응원석은 열광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이대호였기에 더 특별한 홈런이었다. 이날은 롯데가 대전에서 치르는 마지막 정규 일정. 이에 따라올 시즌 마지막 원정 경기마다 진행됐던 이대호의 은퇴 투어가 열렸다. 한화는 44명 선수단의 친필 메시지가 담긴 메시지 북과 한화의 슬로건을 패러디한 목걸이, 정우람이 제작 주문한 동양화, 노시환이 정규시즌 미디어데이 때 약속했던 사인 배트를 차례로 선물했다.
축하를 받았지만, 가장 큰 축하는 이대호 자신이 홈런으로 해냈다. 이대호 본인에 대한 축하인 동시에 1승이 소중했던 팀과 롯데 팬들에게도 짜릿한 선물이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이대호는 "중요할 때 홈런이 나와 기분 좋다. 그 전 타석에서 병살타를 쳐서 아쉬웠다. 타이밍은 괜찮았는데 빗맞아서 더 생각난 타석이었다"고 돌아봤다.
이날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홈런 후 방망이를 던진 세리머니, 이른바 '빠던'이었다. 이대호는 "던지고 방망이가 내 머리에 맞을까 봐 열심히 뛰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던졌다. 그렇게까지 던질 생각은 없었다"고 웃으면서 "오늘 평일 경기인데도 롯데 팬분들이 너무 많이 와주셨다. 저를 보기 위해 이렇게 와주셨는데 (홈런과 승리를) 선물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세게 던진 것 같다. (홈런을 맞은) 강재민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떠나는 선배가 너무 기분 좋아서 한 행동이니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팬분들께 감사 인사 차원이었다. 원래 그런 행동은 잘 하지 않는다. 너무 많이 와주셨고 정말 많이 응원해주셨다. 보답 차원이고, 선물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롯데의 순위는 8위. 5위 KIA 타이거즈와는 3경기 차이다. 롯데의 잔여 경기가 10경기 남은 상황에서 KIA가 최근 8연패를 기록했다. 5위 탈환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쉽지도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대호는 "난 포기하지 않았다. 후배들한테도 항상 이야기한다. 어떻게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프로 선수의 마음가짐"이라며 "후배들에게 한 경기 한 경기, 한 타석 한 타석 최선을 다하라고 이야기했다. 다른 팀들보다 롯데가 좀 더 많이 이겨야 하는 상황이니 더 집중하고 남은 경기에서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 짓자고 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