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56) KT 위즈 감독은 지난 25일 NC 다이노스전을 9-1 승리로 이끌며 감독 통산 300승을 거뒀다. KBO리그 역대 20번째 기록. 투수로 150승, 감독으로 300승 이상 거둔 최초의 야구인이 된 그는 "좋은 선수들과 헌신적인 코칭스태프 덕분에 300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KT는 5월까지 22승 28패를 기록하며 리그 8위에 머물렀다. 간판타자 강백호가 개막 전 오른쪽 엄지발가락 부상을 당했고, 5월 중순엔 지난 시즌 셋업맨 임무를 수행한 우완 투수 박시영이 팔꿈치 인대 손상으로 이탈하며 전력이 약해졌다. 한때 승리보다 패전이 7경기 더 많았다. 공격력 공백은 '이적생 거포' 박병호의 활약으로 메울 수 있었다. 문제는 불펜 운영이었다. 2020시즌 홀드왕 주권은 시즌 초반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고, 그탓에 투구 이닝이 늘어난 마무리 투수 김재윤도 종종 흔들렸다. 5월까지 KT 불펜진 평균자책점은 10개 구단 중 9위(4.68)였다.
이강철 감독은 이런 악재를 극복하고 KT 불펜진 정상화를 이끌었다. 우선 예년보다 구위와 경기 운영 능력이 좋아진 우완 투수 김민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권·김재윤의 부담을 덜어줬다. 김민수는 전반기 내내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했고, 후반기 꾸준히 홀드를 더했다.
올 시즌 KT 마운드 히트상품도 이강철 감독이 직접 만들었다. 한때 셋업맨이었던 정성곤을 SSG 랜더스로 보내고 영입한 5년 차 우완 사이드암 투수 이채호가 그 주인공이다.
레전드 잠수함 투수였던 이강철 감독은 지난 시즌까지 1군 통산 등판이 3경기에 불과했던 '무명' 이채호의 급성장을 도왔다. 불펜 피칭을 할 때도 직접 지켜보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채호는 "감독님이 골반 활용을 강조하셨다. 힘보다 유연성을 중시하는 메커니즘으로 변화를 준 덕분에 이전보다 더 좋은 공을 던지게 됐다"고 했다.
후반기엔 신인 우완 투수 박영현을 자주 활용했다. 이강철 감독은 젊은 투수가 자신의 강점인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주저 없이 구사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8월 말부터는 KT가 2~3점 차로 이기고 있을 때 투입해 홀드를 기록할 기회를 줬다. 박영현은 8월 31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데뷔 1호 홀드를 해낸 뒤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다른 투수들이 분전하는 사이 주권도 컨디션을 회복했다. 3명(김재윤·김민수·주권)뿐이었던 KT 필승조가 이채호와 박영현의 가세로 더 두꺼워졌다. 후반기 KBO리그 순위 싸움 키워드는 허리진의 내구성이었다. 상위권을 지키고 있던 SSG 랜더스, 키움 히어로즈, KIA 타이거즈가 불펜진 난조로 고전했다. KT는 전반기보다 더 단단해졌다.
이강철 감독은 부임 첫 시즌(2019) 이전까지 1군에서 뛰지 못했던 배제성과 김민수를 발굴했고, 투수들에게 명확한 임무를 부여해 마운드 전력을 강화했다. KT는 창단 최초로 5할 승률을 기록하며 정규시즌을 마쳤다.
2020시즌엔 스프링캠프에서 신인 투수 소형준을 선발 투수로 낙점하는 파격적인 선택을 보여줬다. 소형준은 2020시즌 13승을 거두며 신인왕에 올랐다.
이강철 감독 체제가 자리를 잡은 2021시즌 KT는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에도 초반 위기를 극복하며 리그 상위권을 지켜내고 있다. 이강철 감독의 통산 300승은 그렇게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