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의 정상 등극이 다음으로 미뤄졌다. 우승 문턱에서 ‘맞수’ 포항이 발목을 잡았다.
울산은 11일 오후 3시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3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바코의 선제 득점으로 앞선 울산이지만, 후반 막판 이호재에게 실점했다.
울산(승점 73)은 2위 전북 현대(승점 64)와 격차를 벌렸으나 우승을 확정하지 못했다. 같은 날 열리는 전북과 강원의 경기에서 전북이 비기거나 패할 시 울산의 정상 등극이 확정된다. 만약 전북이 강원을 꺾는다면, 울산의 리그 제패는 오는 16일 강원전에서 결정될 공산이 크다. 강원과 비기기만 해도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다.
경기 전 김기동 포항 감독은 “(우승이) 결정 난 것 아닌가. 여유가 있어야 고춧가루라고 하는데, 99.9% 결정 난 것 같다. 우리가 2019·2020년에 울산을 힘들게 했다. 올해는 울산이 더 일찍 우승을 확정지은 것 같다”며 사실상 울산의 정상 등극을 인정했다.
하지만 홍명보 울산 감독은 “어려운 경기가 될 것 같다. 팀 사기는 높이 올라갔지만,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 부분을 가장 대비해야 한다”며 “우리는 지난 경기(전북전) 승리의 여운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 우리 손에는 아무것도 없다. 마지막까지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포항은 매번 울산에 고춧가루를 뿌린 팀이다. 동해안 라이벌답게 결정적일 때 울산의 앞을 가로막았다. 포항은 2013시즌 리그 최종전에서 후반 추가 시간 터진 결승 골로 울산을 꺾고 역전 우승을 일궜다. 2019년엔 포항과 최종전에서 1-4로 패해 전북 현대에 트로피를 내줬다. 리그 막바지에 만나는 포항은 울산에 ‘두려움’ 그 자체였다.
울산은 우승, 포항은 자존심이 걸린 경기인 만큼, 최정예 멤버를 내세웠다. 울산은 징계를 받은 아마노 준이 나설 수 없었으나 마틴 아담·이청용·바코 등 핵심 카드를 꺼냈다. 포항 역시 신진호·김승대·허용준 등 곳곳에 중역을 배치했다.
포항 앞에서 작아졌던 울산이지만, 이번엔 다른 듯했다. 울산은 여느 때와 같이 후방부터 짧은 패스로 풀어나갔다. 포항은 빠른 역습으로 위협했지만, 울산의 기세가 좋았다. 울산은 전반 16분 바코가 수비수 2명을 단숨에 제치고 때린 슈팅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울산은 전반 21분 U22 자원인 최기윤을 빼고 엄원상 투입하며 공격 고삐를 당겼다. 거듭 포항 골문을 두드렸다. 엄원상 투입 후 활기를 띤 울산은 전반 40분 결실을 봤다. 오른쪽 측면에서 엄원상이 올린 크로스를 문전으로 쇄도하던 바코가 밀어 넣으며 리드를 쥐었다.
정상에 성큼 다가선 울산은 후반 들어 후방에 무게를 뒀다. 수비수들은 육탄 방어도 마다하지 않았다. 울산은 후반 15분 완델손에게 중거리 슛을 내줬으나 센터백 정승현이 머리로 막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울산은 후반 20분 아담과 이청용 대신 레오나르도와 원두재를 넣으며 변화를 줬다. 좀체 득점이 터지지 않던 포항은 후반 26분 고영준을 빼고 장신 공격수 이호재를 투입했다. 후반 내내 몰아치던 포항은 후반 34분 왼쪽 측면에서 임상협이 연결한 크로스를 이호재가 헤더로 연결, 골망을 갈랐다. 남은 시간 서로의 골문을 노린 양 팀이지만, 누구도 웃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