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최초 '비선수 출신'으로 1군 경기에 나선 한선태(28)가 지난 12일 LG 트윈스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다음날인 13일 오전 연락이 닿은 그는 "지금 운동하러 지하철을 이용해 이동 중"이라고 말했다.
한선태는 201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0라운드 전체 95순위로 입단한 사이드암 투수다. 지명 순번은 거의 마지막이었지만, 입단 당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고교 졸업 때까지 제대로 훈련을 받아본 적 없는 비선수 출신이기 때문이다.
한선태는 부천동중 3학년 때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일본전을 통해 야구 경기를 처음 접했다. 야구가 재미있어 보여 야구부가 있는 근처의 부천고를 찾았지만 야구를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이유에서 '입단 테스트'를 거절당했다. 고양 원더스 비선출 선수 모집 테스트에서도 탈락했다. 한선태는 고교 졸업 이후 2015년 수색대에서 현역으로 군 복무를 했다. 군 전역 후 사회인 야구를 시작했고, 2017년 독립리그 파주 챌린저스에 입단했다. 일본 독립리그 도치기 골든브레이브스에 뛸 당시 KBO리그 입단의 문을 두드렸고 성공했다. LG는 한선태의 가능성을 보고, 한국 야구사 최초의 비선수 출신 영입을 결정했다. 이때만 하더라도 한선태의 1군 등판 가능성을 높게 본 이는 많지 않았다.
2019년 6월 25일 서울 잠실구장. 고등학교 때까지 제대로 야구를 배워 본 적 없는 투수가 프로야구 1군 마운드에 서는 만화 같은 일이 일어났다. 한선태는 이날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전에 구원 등판해 1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SK전을 포함해 5경기 연속 무실점 투구를 펼치다가 7월 9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2와 3분의 1이닝 3실점의 부진 이후 2군행을 통보받았다. 2020년 6월 26일 SK전 이후 1군 기록은 멈췄다. 1군 통산 성적은 7경기 평균자책점 5.40이다.
퓨처스(2군) 리그 통산 성적은 93경기에서 총 106과 3분의 2이닝을 던지는 동안 평균자책점 2.11을 기록했다. 지난해 23경기 평균자책점 0.72을 올렸는데 "후반기에 잔부상이 많았다. 어깨나 허리가 안 좋았다"고 한다.
잔부상과 함께 스피드 감소로 1군에서 멀어졌다. 그는 "투구 폼을 수정하고 구종도 늘리면서 조금씩 어긋나지 않았나 싶다. 최근에는 조금씩 예전 감각이 돌아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방출 통보 후에도 상심하지 않고) 곧바로 훈련하러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방출) 위기가 있었는데 올해 한 번 더 기회를 받았다. 그래서 (방출 통보를) 전혀 예상 못한 건 아니었다. 내년에 다시 자리를 잘 잡아보자는 각오로 훈련 중이었는데 팀을 떠나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방출을 통보했지만, LG 구단에는 감사하다. 그는 "그토록 원했던 프로 무대에 들어올 수 있게 해준 팀이다. 기회도 많이 주셨고, 팬들도 응원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내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죄송할 뿐"이라고 작별 인사를 했다.
올 시즌 1군 무대에 오르진 못했지만 퓨처스리그 37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3.05를 기록했다. 특별히 아픈 곳이 없어 2군 불펜 투수 중 가장 많은 44이닝을 투구했다. 목표로 한 퓨처스 통산 100이닝 투구도 돌파했다.
한선태는 "타 구단에서 테스트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으니 계속 훈련하며 준비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도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