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구단은 14일 "이승엽 KBO 총재특보를 구단 11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알렸다. 계약 기간은 3년, 연봉은 5억원, 계약금은 3억원(총액 18억원)이다. 지도자 경험이 없던 그에게 3년간 초특급 대우를 안겼다.
이승엽은 KBO리그를 대표하던 '삼성맨'이다. 1995년 데뷔 후 삼성에서만 통산 1096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2·467홈런·1498타점을 기록했다. MVP(최우수선수)와 홈런왕을 각각 5차례 차지했고, 골든글러브는 10차례 수상했다. 2004년 일본 리그에 진출, 지바 롯데와 요미우리 자이언츠 소속으로 8년 동안 뛰었다. 2017년 은퇴 후 두산에서 감독으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 감독은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12일 공식적인 제안을 받았고, 13일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중계 해설을 마친 후 수락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몇 군데 다른 팀에서 지도자로 같이 해보자고 제안해주셨던 적은 있다. 그래서 이제 현장으로 갈 때가 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두산이 제안해주셨다"며 "난 두산 출신도 아니었고, 지도자로서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의 후보였는데 제안받아 정말 감사했다. 사람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에게 항상 보답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나. 나 역시 두산이 같이 하자고 했을 때 그랬다. 나도 현장에 대한 생각을 항상 했기에 자연스럽게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승엽 감독은 "난 리스크가 많은 신임 감독이다. 주변에서도 우려를 많이 전했다. 물론 나 역시 부담을 느낀다"면서도 "하지만 부담감 없이 어떻게 야구를 할 수 있겠나. 항상 그런 것을 안고 해왔다. 잘하면 박수받을 것이고, 못할 때 비난받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다짐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던 두산은 올 시즌 9위에 머물렀다. '리빌딩'이 화두에 올랐다. 이승엽 감독은 "구단에서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셨다. 젊은 선수들하고 잘 호흡하길 원하시더라.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다. 선수 때는 아니었지만 은퇴하고 나니 후배들과 대화를 나누는 게 좋아졌다. 대화도 많이 하고, 경기장에서 그들이 100% 실력을 낼 수 있게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또 "우선 어린 선수들을 잘 키워야 하는 상황은 맞다. 그래도 베테랑 선수들 고액 연봉 선수들도 많으니 리빌딩과 성적을 모두 챙겨야 한다. 프로라면 성적을 내는 건 당연하다. 성적을 내면서 어린 선수들이 1군에서 자리 잡게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승엽 호의 두 번째 키워드는 '일본야구'다. 이 감독은 "난 홈런을 뻥뻥 치는 야구를 했지만, 감독으로서는 상대 수비에 맞게 타구를 보내고, 땅볼로 한 점을 내기도 하는 희생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일본에서 뛰면서 느낀 건 그들의 경기력이 굉장히 좋았고, 난 일본에서 거의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래서 더욱 이 야구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한수 전 삼성 감독이 두산의 수석 코치로 낙점했다. 이승엽 감독은 "내가 지도자로서 경험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실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그 외에도 고토 고지, 구보 야스오 등 일본인 코치들을 영입했다.
이승엽 감독은 "삼성 팬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15시즌을 뛰면서 좋은 시절을 다 삼성에서 보냈다. 좋은 추억을 안고 이제 떠난다"라며 "두산 팬 여러분들께서는 앞으로 저에게 손뼉을 쳐주실지, 비난하실지는 모르겠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감동을 주는 야구를 선보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