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수도가 서울이라면 구도(球都, 야구의 수도라는 의미)는 부산이다. 왜 대한민국 구도가 부산인가, ‘구도’라는 말은 어떻게 생겨났는가를 설명하자면 아마 영화 한 편이 나올 것이다. ‘죽어도 자이언츠’가 바로 그런 영화다. 다큐멘터리 영화 ‘죽어도 자이언츠’는 한국 프로야구 출범과 그 궤를 함께해 온 롯데 자이언츠의 40년 역사를 부산의 근현대사에 투영한 다큐멘터리다. 지난 30여년 간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 한 프로야구팀을 목 놓아 응원하는 팬들과 영광과 상처를 모두 간직한 전·현직 야구선수들이 등장, 롯데 자이언츠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낸다.
다큐멘터리지만 영화는 마치 블랙코미디처럼 시작한다. 딱 두 가지, 공격과 수비만 못하는 팀 롯데 자이언츠를 향한 팬들의 애증과 롯데 자이언츠가 지난 40여년 간 쌓아온 불명예스러운 기록들, 전준우 선수의 ‘월드스타 퍼포먼스’처럼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짤들이 쏟아지며 갈매기(롯데 자이언츠 팬을 일컫는 말)들을 배꼽 빠지게 한다. 비록 지난 30년간 단 한 차례의 우승도 없었지만 롯데 자이언츠는 여전히 프로야구계에서 가장 뜨거운 구단이다. 한화 이글스의 팬들이 ‘인내’로 상징된다면 롯데 자이언츠의 팬들은 ‘불’과 같다. 질 걸 알면서도 매번 사직야구장에 가고, 여지없이 지면 불같이 화를 낸다. 이런 뜨거운 응원 문화가 영화 ‘해운대’(2009)를 비롯해 곳곳에서 풍자적인 요소로 사용되기도 했을 정도다.
‘죽어도 자이언츠’는 이렇게 부산이 야구와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뜨거움을 갖게 된 이유를 역사를 따라 거슬러 올라간다. 지리적 특성상 야구에 대한 높은 관심과 지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부산의 사정부터 사직야구장의 준공 비화와 롯데 자이언츠 전신 격인 실업팀의 탄생 과정 등이 107분의 러닝타임 안에 꼼꼼하게 녹아들어 있다. 여기에 프로야구에 전설로 남은 선수이자 롯데 자이언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무쇠팔’ 고(故) 최동원 선수를 비롯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 선수 등 롯데 자이언츠의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활약상과 인간적인 면모가 곳곳에 등장, 야구팬들의 마음을 흔든다. 전준우, 김원중, 박세웅 등 2022년 롯데 자이언츠의 그라운드를 누빈 선수들의 진심 역시 ‘죽어도 자이언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삼성 라이온즈와 더불어 프로야구 출범 때부터 단 한 번도 구단 명칭이 바뀌지 않은 구단. 그 뚝심의 역사가 ‘죽어도 자이언츠’에서 펼쳐진다. 한국 프로야구에 관심 좀 있다고 하는 사람들에겐 프로야구의 역사를 훑는 재미를, 롯데 자이언츠의 팬들에겐 다시 한번 내년 시즌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안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