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가문'의 내전이 시작된다. 2022 KBO리그 플레이오프(PO)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PO(5전 3승제)가 24일 막을 올린다. 키움이 지난 22일 준PO 5차전에서 KT 위즈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고 4-3으로 승리, LG와 맞붙게 됐다.
'타격 5관왕' 이정후(키움)와 '구원왕' 고우석(LG)의 맞대결을 예고한다. 둘의 승부가 이목을 끄는 건 특별한 관계 때문이다. 고우석은 내년 1월 초 이종범 LG 퓨처스(2군) 감독의 딸이자 이정후의 여동생과 결혼한다. 곧 처남-매제 사이가 된다.
휘문고와 충암고를 각각 졸업하고 2017년 넥센(현 키움)과 LG의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이정후와 고우석은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함께했다. 평소에도 늘 자주 연락하고 지냈다. 오프시즌에는 예능 프로그램에도 같이 출연했다. 고우석과 예비 신부의 만남도 '야구'로 맺은 인연 덕분이다. 고우석이 친구 이정후의 집에 자주 드나들면서 예비 신부와 알고 지내다가 연인으로 발전했다.
둘의 우정은 각별하다. 평소에도 서로를 응원한다. 고우석이 2019년 프리미어12 대표팀 훈련 중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를 앞둔 이정후에게 "나도 정후가 보고 싶다. 4경기만 하고 (대표팀에 얼른) 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팬들에게는 고우석이 키움을 응원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자 이정후가 발 벗고 나서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진화했다.
고우석은 2019년 키움과 준PO 1차전 0-0으로 맞선 9회 말 박병호(현 KT)에게 초구 끝내기 홈런을 맞은 적이 있다. 다음날 2차전에서도 4-3으로 앞선 9회 말 서건창(현 LG)에게 동점 적시타를 맞아 4-5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정후는 "그런 상황에서 긴장하지 않는 투수는 없다. (고)우석이는 어린 나이에 중책을 맡고 있다. 부담이 클 것"이라면서 "우리는 나이가 무기"라고 친구를 응원했다. 키움의 PO행이 확정되자 고우석은 "기록이 말해주듯 이정후는 자타공인 KBO리그 최고의 타자"라고 치켜세웠다.
승부 앞에 양보는 없다.
고우석은 2019년 준PO를 앞두고 이정후와 맞대결을 고대했다. 당시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이정후와 만나서 그를 이기고 싶다"라고 했다. 프로 무대에서 이정후에게 4타수 무안타로 강했다. 하지만 준PO 2차전 4-4 동점을 내준 9회 말 2사 1루에서 이정후에게 처음으로 안타를 맞았다. 이어 2루까지 뺏겼다. 고우석은 제리 샌즈를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 위기에 몰렸고, 결국 교체됐다.
2020년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고우석은 2-2로 맞선 9회 초 1사 후 이정후와 7구째 승부 끝에 중전 안타를 맞았다. PS에서 두 차례 맞붙어 이정후가 모두 안타를 뽑아냈다.
이정후와 고우석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투타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이정후는 역대 통산 타율 1위(0.341)의 최고 타자다. 지난해 타격왕(0.349)에 오른 뒤 올 시즌엔 목표로 한 홈런(7개→23개)과 장타율(0.522→0.575)이 크게 향상했다. 타격 5관왕(타율, 타점, 최다안타, 장타율, 출루율)을 휩쓸어 정규시즌 유력한 MVP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KT와의 준PO에서도 타율 0.368(19타수 7안타 3타점) OPS 0.961로 해결사 역할을 했다. 올 시즌 이정후가 가장 강했던 팀이 LG(타율 0.422)였다. 고우석을 상대로도 2타수 2안타를 때려냈다.
고우석은 마무리 투수 전향 4년 만에 최고로 우뚝 섰다. 올 시즌 61경기에서 4승 2패 41세이브 평균자책점 1.48의 기록했다. 리그 최연소 40세이브 기록(24세 1개월 21일)을 달성하며 구원왕에 올랐다. LG 투수로는 한 시즌 최다 세이브를 올렸고, 임창용의 기록에 하루 늦은 역대 두 번째 최연소 100세이브를 기록했다. 피안타율(0.173)과 이닝당 출루 허용률(0.96) 모두 낮다. 9이닝당 탈삼진은 11.87개로 압도적이다. 다만 올해 키움전 평균자책점이 3.00(6경기 5세이브)으로 가장 좋지 않다.
고우석은 "포스트시즌에서 (이)정후에게 2타수 2안타를 내준 것은 이미 지나간 경기다.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그동안 정후도 나와 많이 발전했다. 둘이 앞으로도 발전해야 된다"라고 응원했다. 그러면서도 "플레이오프 상대가 키움으로 정해졌다. 이정후 혼자 상대하는 것이 아니고 키움과 맞붙는 것"이라며 "나는 마무리 투수다. 승부는 승부다.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의지를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