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접촉자가 등장하고 죽음 이후의 세계로 빠져드는가 하면 죽지 않는 몸을 가진 새로운 인류가 등장한다. 최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는 SF 드라마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외계인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글리치’에 이어 2032년을 배경으로 죽음 이후의 세계를 다룬 티빙의 ‘욘더’가 앞서 공개됐으며 연말에는 디즈니+가 죽지 않는 몸을 가진 새로운 인류를 주인공으로 삼은 ‘커넥트’를 선보인다. 일본 미이케 다카시 감독과 정해인, 고경표, 김혜준 한국 배우들이 합을 맞췄다.
현실이 아닌 상상력에 기반을 두기에 SF 드라마는 서사를 탄탄히 쌓아야 한다. 과학적인 논리에 비약이 없어야 하며 외계인이나 우주, 미래에 사용되는 장치, 소품 등을 실감 나게 구현해야 해서 작업이 까다로운 장르로도 꼽힌다. 특히 컴퓨터 그래픽(CG)이나 시각특수효과(VFX)의 정교성에 따라 극의 몰입도가 결정됨으로 후반 작업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쏟을 수밖에 없다. TV 드라마가 SF물을 선보이는 것에 소극적인 이유다. 하지만 최근 TV 드라마도 사전 제작 시스템이 보편화되어 도전할 상황은 충분하다. 오히려 소수의 마니아층보다는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는 작품을 편성해야 하는 TV 방송 특성이 도전을 막는 요소다.
반면 TV보다 후반 작업 시간에 여유가 있고 주제나 표현 방식에 제한이 덜해 창작자가 무한히 세계를 확장할 수 있는 OTT는 SF 드라마에 집중한다. 콘텐츠 범람 시대에 각 OTT 플랫폼이 새로운 시도를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입증하는 잣대로도 통한다.
넷플릭스는 지난 2021년 연말 한국 첫 우주 SF 드라마 ‘고요의 바다’를 선보였다. 이에 질세라 애플TV+와 디즈니+도 연이어 SF 드라마를 내놨다. 애플TV+는 첫 한국 콘텐츠로 뇌에 담긴 의식과 기억에 접속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소재로 한 ‘닥터브레인’을 공개했다. 디즈니+도 지난 2월 ‘그리드’를 선보였다. ‘그리드’는 태양풍으로부터 인류를 구한 방어막을 만든 유령에 관한 이야기다. 티빙도 파라마운트+와의 공동 투자 첫 작품으로 SF를 선택했다. 지난 21일 총 6부작이 모두 공개된 ‘욘더’다. 이준익 감독의 첫 드라마 도전작이기도 한 ‘욘더’는 기억으로 설계된 죽음 이후의 세계를 그린다. 이 감독은 11년 전 이 작품을 영화로 제작하고자 시나리오 작업을 했지만 포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시간이 흘러 눈에 띄게 발전한 시각효과 기술과 티빙과 파라마운트+의 투자를 받게 되면서 ‘욘더’는 OTT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로 이끄는 SF 드라마가 새로운 시선과 신박한 재미를 더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지금까지 선보인 SF 드라마들 또한 대중적으로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고요의 바다’는 시각 효과로 호평을 받았지만 달의 중력 등 우주 환경에 대한 연출이 미숙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닥터브레인’과 ‘그리드’는 마니아층 외에는 이렇다 할 반응이 나오기는커녕 시각 효과 역시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글리치’를 본 이들은 ‘4차원을 넘어 40차원’이라는 리뷰까지 달고 있으며 ‘욘더’는 전개가 느리고 죽음 너머의 세계를 다루는 것 보다 인물들의 관계를 더 중점적으로 다뤄 감각적으로 늘어지는 느낌이 난다는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