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롯데 자이언츠가 우완 투수 박세웅(27)과 다년 계약을 맺은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롯데 구단은 "박세웅과 5년 총액 90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총연봉 보장액은 70억 원이고, 옵션 20억원이 포함되어 있다. 박세웅은 KBO리그 사상 여섯 번째로 비(非) FA 장기 계약을 했는데, 앞서 5명은 모두 병역을 해결한 상태였다. 박세웅이 5년 계약 기간에 입대하면, 계약 만료는 2년 유예될 전망이다.
롯데는 계약에 따른 여러 위험 부담까지 안고, 박세웅에게 계약서를 내밀었다. 그만큼 "꼭 붙잡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지난해부터 다년계약이 허용되자, SSG 랜더스가 가장 먼저 박종훈(5년 65억원)과 문승원(5년 55억원)을 붙잡았다. 롯데도 이때부터 "그럼 박세웅과 계약을 어떻게 할까"라며 고민을 시작했다.
박세웅이 리그에서 귀한 '젊은 FA 투수'이기 때문이다. 당시 구단 관계자는 "투수는 30대 중반 에이징 커브가 찾아올 수 있다. 그렇다면 매력이 떨어진다"며 "박세웅은 아직 젊다"고 했다. 박세웅은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29세다. 2018년과 2019년 수술과 재활로 4승에 그쳤지만, 최근 2년 연속 3점대 평균자책점-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내구성도 증명했다. 최근 3년 리그 토종 투수 중 가장 많은 467과 3분의 2이닝을 책임졌다. 3년(2020~22년) 연속 규정 이닝을 달성한 국내 선발 투수는 박세웅이 유일하다. 박세웅이 롯데와 5년 총 90억원에 계약 후 이석환 대표이사와 손을 맞잡고 있다. 롯데 제공 박세웅이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점도 롯데에는 매력적인 부분이다. 박세웅은 2014년 KT 1차지명으로 입단했다. 그러나 이듬해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로 옮겼다. 프로 통산 53승(70패, 평균자책점 4.77) 모두 롯데 유니폼을 입고 거뒀다. '안경 에이스'는 최동원-염종석의 계보를 잇는 우완 에이스 역할을 그에게 기대하며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구단 관계자는 "갈수록 프랜차이즈 스타 선수가 줄어든다. 그래서 젊은 프랜차이즈 스타를 다년 계약으로 묶어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롯데는 앞서 강민호(삼성 라이온즈) 등 프랜차이즈 스타를 타 팀에 뺏겨 곤혹스러워 한 적 있다.
당분간 FA 시장에서 A급 선발 투수가 없다는 점도 다년 계약의 배경이다. 올 시즌 종료 후 투수 FA는 한현희·정찬헌(키움 히어로즈) 임찬규(LG 트윈스) 이태양(SSG 랜더스) 등이다. 그래서 롯데는 박세웅과 다년 계약을 훨씬 전부터 준비했다.
문제는 박세웅의 병역 의무 해결이었다. 박세웅은 2020 도쿄올림픽 대표팀 일원으로 뽑혔지만, 대표님이 4위에 그쳤다. 지난해엔 아시안게임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대회가 1년 연기돼 아쉬움을 삼켰다. 그래서 이번 시즌 막판 상무에 지원했고, 서류 전형에 합격했다. 나이 탓에 상무에 입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자칫 현역 입대의 부담을 안을 수도 있어서다.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롯데는 내년 시즌 반등을 준비한다. 구단 관계자는 "박세웅이 당장 (상무 입대로) 자리를 비우면 대체할 자원이 없다"고 했다. 이번 계약으로 박세웅을 붙잡았다. 부담을 던 박세웅은 상무 입대를 포기, 내년에도 롯데의 1군 마운드에 오른다.
구단 관계자는 "박세웅이 군 복무 후 복귀해 FA 자격을 얻더라도 어차피 우리는 반드시 잡는다는 계획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파격적으로 계약했다"고 말했다. 롯데는 "투구 이닝 등 실력뿐만 아니라 평소 성실하고 승리욕 있는 훈련 태도를 갖춰 선수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세웅은 "롯데 선발 투수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기록을 다 세우고 은퇴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