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투수 오원석(21·SSG 랜더스)이 신인 때부터 들었던 수식어가 있다. '제2의 김광현(34)'이다.
야탑고를 졸업한 그는 지난 2020년 1차 지명으로 SK 와이번스(SSG의 전신)에 입단했다. 주 무기가 슬라이더인 왼손 투수. 팬들은 물론 구단 관계자들도 그를 두고 '김광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물론 SSG의 창단 이래 최고 에이스이자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족적을 남겼던 김광현과 비교하는 건 과한 일이었다. 그래도 오원석은 자신의 페이스대로 성장해갔다. 프로 3년 차인 올 시즌에는 6승 8패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144이닝을 소화해 데뷔 첫 규정 이닝도 달성했다. 김광현에 비할 바는 아니어도 나름대로 탄탄한 영건 선발 투수로 성장해갔다. 구속도 상승했고 6이닝을 소화하는 경기도 많아졌다.
김광현은 '빅 게임 피처'였다. 신인이던 2007년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3차전에서 다니엘 리오스를 상대로 깜짝 호투를 펼치며 이름을 알렸다. 2패 후 첫 승을 기록하면서 팀 첫 우승을 이끌었다.
김광현처럼 오원석의 첫 KS도 기대 이상이었다. 2007년과 달리 1승 1패로 출발했던 SSG는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KS 3차전 전망이 밝지 않았다. 상대 선발 에릭 요키시가 불펜 등판 이틀 후 출전하긴 했지만, 오원석은 포스트시즌 등판 경험이 전무했다. 키움 상대 성적도 3패 평균자책점 8.14였다.
하지만 오원석은 해냈다. 5와 3분의 2이닝 5피안타 2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 팀의 8-2 역전승을 이끌었다. 에이스라 불러도 충분했다. 15년 전 김광현이 그랬듯 시리즈의 흐름을 가져오는 완벽투였다. 원정 경기였고, 시리즈 리드를 탈환하는 승부처였다. 1차전 등판했던 김광현은 물론 2차전 윌머 폰트에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을 중요한 호투였다.
경기 후 김원형 SSG 감독은 "그동안 (오)원석이한테 '너는 아직 멀었다' '넌 광현이와 레벨이 완전 다르다'고 했다. 그런데 점점 광현이에게 다가가고 있는 것 같다. 작년보다 성숙해졌다. 기술적으로 조금만 더 다듬어진다면 지금도 배짱이나 모습들은 광현이 못지않다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오원석은 "뒤에 형들이 있으니 편하게 던졌다. 포수 이재원 형의 리드를 믿고 열심히 던지려 했는데, 첫 타자(김준완)를 삼진 잡으면서 잘 풀린 것 같다"며 "(키움에 약하다는 기사를 보면서) 실제로 워낙 키움전에 안 좋았다. 기사를 보고 더욱더 잘 던지고 싶었고, 그 생각을 깨고 싶어 잘 던지고 싶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내가 마운드에서 내려갔을 때는 팀이 지고 있었지만, 형들이 절대 0-1로 안 끝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해주셨다. 나도 그 말을 믿고 질 거라고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KS 전 "첫 포스트시즌이라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된다"고 했던 그는 "KS에 출전해보니 열기가 엄청나다. 플레이 하나하나에 팬분들이 환호해주시니 더 재밌고, 이게 가을야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기뻐했다.
KS 호투만큼 기분 좋은 장면도 만들었다. 이날 오원석을 상대하기 전까지 포스트시즌 동안 삼진을 당하지 않았던 키움 중심 타자 이정후는 그에게 첫 삼진을 당했다. 오원석은 "이정후 형은 삼진을 정말 안 당하는 타자다. 삼진을 기록해서 스스로 '뭐지' 싶었다. 벙찐 느낌이 들었다. 삼진을 잡은 게 맞나 싶었다"고 웃었다.
3차전을 지켜낸 오원석은 시리즈가 7차전까지 갈 경우 다시 한번 선발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그 전에 불펜 투수로 마운드에 힘을 보탤 가능성도 있다. 오원석은 "팀이 이기는 게 최우선 목표다. 어떻게든 승리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