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를 맞아 이동통신 3사가 펫케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금까지 인터넷·IPTV·콘텐츠가 통신 상품 주력 결합 요소였는데, 펫 전용 디바이스와 보험을 엮은 특화 패키지를 잇달아 내놨다.
이제 고가의 자동급식기와 공놀이 기기를 스마트폰처럼 할부로 구매할 수 있다. 가격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춘 이통사의 전용 상품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펫케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려동물 요금제 내놓은 KT·LGU+
7일 업계에 따르면 KT와 LG유플러스가 B2C(기업-소비자 거래), SK텔레콤이 B2B(기업 간 거래) 상품으로 펫케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가장 최근 참전한 LG유플러스는 10년 차 고객 이찬종 이삭애견훈련소 소장과 손잡고 반려동물 훈련과 놀이를 결합한 스마트홈 서비스 '펫토이'를 개발했다.
지난달 출시한 펫토이는 보호자가 출근 후 홀로 남겨진 반려견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기능형 장난감이다.
간식을 넣을 수 있는 공 5개가 들어가며 설정한 시간에 맞춰 공을 제품 하단 출구로 내보낸다. 20개의 생활소음을 넣어 소리에 예민한 반려견을 안심시키고 사회화를 돕는다. 부드러운 재질의 공은 강아지가 밟아도 박이 갈리듯 쉽게 열린다.
스마트폰 앱으로 작동 시간 등을 변경할 수 있다. 홈 CCTV인 '맘카'와 연결하면 외부에서도 펫토이로 반려견과 놀아줄 수 있다.
이찬종 소장은 "반려동물도 자기 나름의 생활패턴이 있어서 장난감 놀이를 원하고 필요로 하는 시간이 따로 있다"며 "동물이 가장 무기력하고 활동이 줄어드는 시간에 공놀이하는 게 효과적이다"고 했다.
새로운 스마트홈 요금제 '펫케어 스탠다드'는 펫토이와 맘카로 구성했다. 펫토이를 원격급식기·무드등·간식로봇으로 바꿀 수 있다.
요금은 3년 약정 기준 월 1만1000원이다. 초고속 인터넷이나 5만원대 이상 모바일 요금제와 결합하면 매월 2200원 할인을 받아 8800원만 내면 된다.
패키지 제휴 혜택으로 배상금 500만원·사망 위로금 10만원을 보장하는 DB손해보험의 '반려동물 전용 배상 보험'과 몰리스 펫 호텔 연 2회 무료 숙박권, 18만원 상당의 반려동물 동반 무료 촬영권 등을 제공한다.
아직 출시 초기라 눈에 띄게 팔리는 정도는 아니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KT는 올해 5월 9만원 이상 요금제 '5G 초이스' 가입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혜택에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 제휴카드 통신비 할인에 이어 반려동물 디바이스를 추가했다. 국내 최초 펫 전용 요금제다.
디바이스 혜택은 반려견의 활동량을 분석하는 웨어러블 기기 '페보프로'와 비만 관리 자동급식기 '펫위즈'를 뒷받침한다. 디바이스 2종의 일반 구매가는 27만원이다.
페보프로는 반려동물과 떨어져 있어도 IoT(사물인터넷) 통신으로 24시간 활동량·이상징후 감지와 위치 확인을 돕는다. 이동시간과 거리를 자동으로 저장해 체계적으로 산책할 수 있다.
펫위즈는 웨어러블이 측정한 활동량을 기준으로 적정 사료량을 계산해 알아서 챙겨준다. 예약한 시간에 사료를 줘 공복이 유발하는 토를 방지한다.
제품 전면에 풀HD 카메라와 마이크를 내장했다. 스마트폰 앱으로 집에 있는 반려견을 보면서 양방향 대화를 할 수 있다.
여기에 매월 1만원을 더 내면 '반려견 케어플랜'으로 연 최대 130만원까지 반려견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일반 펫보험의 5분의 1 수준의 이용료로 생후 60일부터 만 15세까지 가입할 수 있다.
1년 5회 기준 수술은 20만원씩 100만원, 입원과 통원은 3만원씩 15만원 한도로 지원금을 준다. 보호자가 수술을 받을 때는 반려동물 위탁비를 하루에 2만원씩 1년에 10만원 한도로 준다. 피부·구강·슬관절탈구 질환은 대상이 아니다.
KT 관계자는 "늘어나는 반려동물 양육 가구에 대응하는 상품이라는 의미가 있다. 조금씩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말 못하는 반려동물의 아픈 곳, SKT AI가 찾는다
이통 3사 중 SK텔레콤만 반려동물 요금제가 없다. 대신 동물병원을 대상으로 빠른 진단을 돕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SK텔레콤은 지난 9월 서울수의(동물)임상컨퍼런스에서 인공지능(AI) 수의영상진단 보조서비스 '엑스칼리버'를 공개했다.
병원에서 촬영한 반려견의 근골격 및 흉부 등 엑스레이 사진을 올리면 AI가 약 30초 안에 비정상 소견 여부와 위치 정보 등 분석 결과를 수의사에게 웹으로 보여준다.
전국에는 4000여 개의 동물병원이 있지만 영상진단을 전공한 수의사는 수백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엑스칼리버는 1개월 무상 체험 후 월 30만원을 내면 이용할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다.
엑스칼리버는 클라우드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하기 때문에 병원 내 별도의 서버를 둘 필요가 없다. 웹 서비스 방식으로 동작해 업그레이드와 관리가 쉽다. 판독 결과를 스마트폰으로 받아볼 수도 있다.
엑스칼리버는 반려견 근골격 이상 영역 7종 검출 모델 평균 질환 탐지율 86%와 반려견 흉부 이상 패턴 10종 분류 모델 평균 질환 탐지율 84%, 반려견 VHS(심장크기측정) 측정 모델 정확도 97%를 기록했다.
하민용 SK텔레콤 CDO(최고개발책임자)는 자사 뉴스룸에서 "일반 의료 시장 대비 (수의 시장은) 신기술의 도입 속도가 늦고, 디지털화하지 못한 부분들도 많이 남아 있었다"며 "ICT 역량을 적용해 반려동물의 보편적 복지에 기여하고 보호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솔루션 개발에 착수했다"고 했다.
SK텔레콤은 향후 범위를 확대해 고양이의 흉부와 복부 엑스레이 영상진단도 보조할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동물병원과 반려동물 보호자를 이어주는 서비스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포부다.
국내 10가구 중 3가구를 차지할 정도로 반려동물 가구가 늘고 있지만 건강 관리와 치료 등에 드는 비용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한국 반려동물 가구는 604만 가구로 전체의 29.7%에 해당한다. 반려인은 1448만명으로 추산된다.
월평균 양육비는 반려견이 13만원, 반려묘가 10만원으로 집계됐다. 2년간 47만원가량을 치료비로 지출했으며, 피부·소화기 질환과 건강검진에 주로 썼다.
반려동물이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은 하루 평균 5시간 40분이며, 외출 시 걱정을 덜기 위해 자동급식기(39.4%)·CCTV(30.3%)·자동 장난감(26.1%) 등을 이용하고 있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고령화 등 인구 구조 변화로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계속해서 늘어 펫케어 산업은 빠르게 몸집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국내 펫케어 시장이 최근 5년간 연평균 8.4% 성장했으며, 2026년까지 27억9000만 달러(약 4조원)로 규모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