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우루과이에 비해 덜 알려진 가나 축구대표팀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가나 대표팀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H조 4개 팀 중 가장 늦게 최종 명단(26명)을 발표했다.
가나 대표팀의 화두는 ‘귀화 선수’다. 월드컵을 앞둔 가나축구협회는 일찍이 이중국적 선수들 설득하며 전력 보강에 박차를 가했다. 가나는 토머스 파티(아스널), 앙드레 아유(알사드), 조르당 아유(크리스털 팰리스) 등 기존 자원에 포워드 이냐키 윌리엄스(아틀레틱 빌바오)와 수비수 타리크 램프티(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 등 귀화 선수가 여럿 합류하면서 경쟁력 있는 스쿼드를 갖추게 됐다.
면면만 놓고 보면 매우 화려하다. 26명 중 가나 국내파는 골키퍼 이브라힘 단라드(아산테 코토코), 공격수 대니얼 아프리이(하츠 오브 오크)뿐이다. 포지션마다 기량이 훌륭하고, 이름값 있는 선수가 넘친다. 수비진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소속 선수만 셋이 포함됐다. 중원 역시 앙드레 아유를 제외하면 모두 유럽파다.
귀화 선수인 윌리엄스의 가세가 눈에 띈다. 2014~15시즌 빌바오 1군 데뷔에 성공한 그는 9시즌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활약 중이다. 꾸준히 스페인에서 수준급 활약을 펼친 윌리엄스는 2018~19시즌 리그 38경기에 출전해 13골 4도움을 올리며 커리어 정점을 찍었다.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은 이때가 유일하다. 공격수치고 득점력이 돋보이지는 않지만, 최고 속도 35km/h가 넘는 준족이다. 스페인 U21(21세 이하) 대표팀과 성인 대표팀 경력까지 있는 윌리엄스는 한국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가나의 명단을 보고 마냥 겁먹을 필요는 없다. 가나는 넘버 1·2 수문장인 리차드 오포리(올랜도파이러츠)와 조 월러컷(찰턴)이 모두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기존의 넘버 3 골키퍼인 로런스 아티지기(장크트갈렌)이 갑자기 주전으로 나서야 한다. 뒷문이 헐거워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남은 기간 조직력을 갖추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윌리엄스와 램프티 등 귀화 선수들은 지난 9월 A매치 기간에 처음으로 가나 대표팀에 소집됐다. 후방의 핵심 무함마드 살리수(사우샘프턴) 역시 이때 처음 손발을 맞췄다. 이들 모두 가나 유니폼을 입고 한두 경기에 나섰다.
가나는 월드컵에 데려갈 귀화 선수들을 불러 치른 9월 첫 경기에서 브라질에 0-3으로 완패했다. 그다음 평가전에서는 FIFA 랭킹 142위 니카라과를 상대로 1-0 신승을 거뒀다. 니카라과전에 선발 출전한 대부분은 가나 대표팀 일원으로 A매치 10경기 남짓 소화한 선수들이다.
제아무리 선수의 기량이 좋아도 조직력을 갖추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과 2012 런던 올림픽 8강에서 만난 영국 단일팀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당시 영국은 EPL에서 활약 중인 잉글랜드와 웨일스 선수들로 단일팀을 구성했다. 와일드카드 세 장 중 한 장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인 라이언 긱스에게 할애했다. 조별리그를 1위로 무난히 통과한 영국은 8강에서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과 승부차기 접전 끝에 패했다. 그때의 한국은 급조된 영국에 조직력으로 맞서 싸워 승리했다.
가나는 유럽에서 활약하는 이름값 높은 선수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4년간 손발을 맞췄다. 가나 선수단 개개인의 명성을 보고 지레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한국의 조별리그 2차전 상대인 가나는 포르투갈(25일)과 1차전에 앞서 17일 스위스와 최종 모의고사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