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암스로 이재학(32)과 외야수 이명기(35·이상 NC 다이노스)가 FA(자유계약선수) 협상을 시작조차 못 했다. 리코스포츠에이전시(리코)가 '인원 제한'을 피하기 위해 공인대리인 등록을 하지 않은 탓이다. 임선남 NC 단장은 23일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아직 (이재학·이명기의 FA 계약과 관련해) 한마디도 안 했다"고 말했다.
FA 시장이 개장한 지난 17일 이후 선수들의 거취가 속속 결정되고 있다. FA 승인 선수 명단에 7명(총 21명)이 이름을 올린 NC도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키움 히어로즈와 계약한 불펜 원종현(4년, 최대 25억원)을 신호탄으로 22일 포수 양의지(4+2년, 최대 152억원)가 두산 베어스로 이적했다. 23일에는 내야수 노진혁(4년, 최대 50억원)이 롯데 자이언츠로 유니폼을 갈아입었지만 2루수 박민우가 5+3년 최대 140억원에 팀 잔류를 선택했다.
NC는 23일 기준 미계약 FA가 3명(권희동·이명기·이재학)으로 줄었다. 그런데 세 선수의 거취가 결정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특히 리코 고객인 이명기와 이재학은 ‘장기전’이 불가피하다. 이유가 있다. 리코는 올겨울 FA 시장에서 NC 소속 선수 중 4명(양의지·노진혁·이명기·이재학)을 고객으로 뒀다. 이는 프로야구 공인대리인 규정 위반이다. KBO리그에선 대리인 1명(법인 포함)이 보유할 수 있는 인원을 최대 15명, 구단당 3명으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우려한 리코는 지난달 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인원 제한을 풀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하지만 FA 시장이 개장하기 전까지 가처분 결론이 나지 않으면서 양의지와 노진혁의 공인대리인 등록만 하고 움직였다. 가처분 결론이 수일 내 나오지 않으면 이명기와 이재학의 FA 협상은 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상황에 따라 두 선수 중 한 명의 공인대리인만 등록하고 한 명은 개인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난감한 건 NC도 마찬가지다. 빠르게 내부 FA 계약을 진행하려고 해도 공인대리인 등록이 미뤄지면 원만한 협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재학은 NC 구단에서 상징적인 선수다. 구단 역사상 최다승(77승) 투수이자 창단 멤버이기도 하다. 이명기는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는 베테랑 외야수. 큰 출혈 없이 영입할 수 있는 FA C 등급이다. 두 선수 모두 올 시즌 부진했지만, FA 개장 후 원소속팀과 협상하지 못한 건 의외일 수 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관계자는 "만약 선수가 이 문제가 불편하다, 잘못됐다고 선수협에 의견을 내면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선제적으로 (대응)하긴 어렵다"며 "만약 등록 인원이 초과되면 전례가 있기 때문에 대응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