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이 방전될 때까지 뛴 직후 기자들에게 똑 같은 질문을 열 번 넘게 받으면 어떤 기분일까. 우루과이전 직후 손흥민(토트넘)이 그랬다.
손흥민은 24일(한국시간) 열린 카타르 월드컵 H조 첫 경기 우루과이전에서 선발 윙어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달 초 경기 도중 눈 주위 골절을 당해 수술을 한 손흥민은 안면보호 마스크를 쓴 채 뛰었다.
손흥민은 경기 후 중계방송사와의 인터뷰, 이후 방송 카메라 인터뷰, 그리고 신문 기자들과의 인터뷰까지 소화했다. ‘월드 클래스’ 답게 신문기자 인터뷰는 외신 기자들 인터뷰와 국내 미디어 인터뷰를 별도로 했다.
첫 질문은 역시나 ‘마스크를 쓰고 뛰었는데 괜찮았냐’는 것이었다. 체력에 문제 없었냐는 질문, 마스크가 불편하지 않았냐는 질문, 경기 중 몸싸움 과정에서 괜찮았는지 질문이 쏟아졌다.
손흥민은 이런 질문이 나올 때마다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괜찮았습니다"라고 반복해서 말했다.
우루과이전 후반 11분 우루과이 수비수 마르틴 카세레스(LA갤럭시)가 손흥민의 발을 뒤에서 밟으면서 크게 넘어지는 장면이 있었다. 손흥민의 축구화가 벗겨졌을 정도로 거친 몸싸움이었다. 카세레스는 거칠게 손흥민에게 파울을 하고, 이어지는 움직임에서 손흥민의 왼 손등까지 밟고 지나갔다.
믹스트존에 선 손흥민은 왼손등에 반창고를 붙이고 있었다. 반창고 옆으로 살짝 축구화 스파이크에 밟혀서 생긴 상처가 선명하게 보였다. 왼쪽 눈 옆에는 골절 수술 자국도 여전히 남아있다.
손흥민은 헤딩 경합이 위험하지 않았는지 묻는 질문에 “그런 상황이 별로 없었다. 내가 경합을 안 해서 그런가”라고 농담을 섞어 말하기도 했다. 마스크에 대해서는 “나만 마스크를 쓰는 게 아니다. 다른 선수들도 마스크 쓰고 경기하는 걸 봤다”고 했다.
그는 0-0으로 끝난 후 선수들이 라커에서 굉장히 아쉬워 하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경기 전 선수들에게 '너희는 정말 잘하는 선수들이다. 너희 능력을 믿어도 된다. 가서 '쫄지' 말고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손흥민은 "그런 것을 후회 없이 다 보여준 것 같아 주장으로 참 뿌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