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한국시간) 한국과 우루과이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H조) 1차전 후반 추가 시간은 7분이었다. 심판이 적용한 실제 추가 시간은 7분 47초. 후반 손흥민(토트넘)과 김민재(나폴리)의 부상 체크로 잠시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지만, 그 이상의 추가 시간이 주어졌다. 26일 열린 조별리그(C조) 폴란드-사우디아라비아전 추가 시간은 전반 10분, 후반 7분이었다.
두 경기만 그런 게 아니다. 미국 CNN은 '(조별리그 B조) 잉글랜드-이란전은 전반 14분 8초, 후반 13분 8초를 더해 117분 16초 동안 진행됐다'고 전했다. 102분 30초에 터진 이란 메디 타레미(FC 포르투)의 페널티킥 득점은 1966년 이후 가장 뒤늦은 시간에 나온 월드컵 득점이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카타르 월드컵 첫 나흘 평균 경기 시간은 102분 42초로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평균보다 4분 더 길다'고 밝혔다.
추가 시간이 5분 이상 적용되는 건 생소한 장면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팬들은 1~4분의 추가 시간을 보는 데 익숙하다. 지난해 EPL의 경기당 평균 추가 시간은 4분 미만이었다. (추가 시간이) 5분 이상이라면 일반적으로 심각한 부상으로 치료받은 선수가 있다는 걸 암시한다'고 했다. 실제 잉글랜드-이란전에선 이란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페르세폴리스 FC)가 수비수 마지드 호세이니(카이세리스포르)와 충돌, 코피를 흘리며 뇌진탕 증상을 보였다. 8분여가 지난 뒤 경기가 속개됐지만 베이란반드가 결국 교체돼 꽤 긴 시간 그라운드에서 공이 멈췄다. 하지만 특별한 부상이 없더라도 추가 시간이 짧지 않다.
CNN은 추가 시간이 길어진 이유에 대해 '골 세리머니, 비디오판독시스템(VAR), 선수 교체에서 발생하는 손실된 시간을 되찾기 위한 국제축구연맹(FIFA)의 움직임 중 일부'라고 분석했다. 대회에 앞서 피에를루이지 콜리나 FIFA 심판위원회 위원장은 "7~8분의 추가 시간을 예상해야 한다"며 경기 시간이 길어질 것을 이미 예고했다. 그는 "손실된 시간을 보상하기 위해서 전·후반 추가 시간을 매우 정확하게 계산할 것을 심판들에게 권고했다"고 말했다. 카타르 월드컵에선 선수 교체가 3명에서 5명으로 늘었다. VAR이 더 정밀하게 적용되면서 경기 중단 시간이 늘었다. 이 부분을 세세하게 모두 더하니 추가 시간이 길어졌다.
곳곳에서 쓴소리가 나온다. 리버풀에서 활약한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 제이미 캐러거는 "카타르 월드컵 관계자들이 추가 시간을 즐기고 있다. 축구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미 축구 전문가 팀 비커리는 "복싱 경기가 끝났는데 라운드를 추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요나스 베어-호프만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 사무총장은 "경기 시간이 10~15% 증가하면 선수들의 물리적 경쟁 시간이 상당히 늘어난다"며 부상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카타르 월드컵 내내 긴 추가 시간은 계속 적용될 전망이다. 조별리그 2경기를 남겨둔 벤투호에도 추가 시간 실점이 경계 대상으로 떠올랐다. CNN은 '부상에 대한 우려를 차치하고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준비를 하라'며 우회적으로 이번 대회를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