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이 '윗선 개입'에 대해 뒤늦게 인정하고 사과했다. 다만 '반쪽 사과'에 가까웠다.
흥국생명은 "김기중 감독이 심사숙고 끝에 감독직을 최종 고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10일 밝혔다. 이어 "김 감독의 뜻을 존중해 당분간 김대경 감독 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를 예정이다. 감독 선임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임형준 구단주 명의의 사과문도 배포했다. 임 구단주는 지난 2일 권순찬 감독 경질 당시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권순찬 감독과 헤어지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10일에는 "배구 팬과 흥국생명 선수단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구단의 경기 운영 개입 논란, 감독 사퇴와 갑작스러운 교체로 심려를 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앞서 구단은 '방향성의 차이'로 권순찬 감독과 작별 사유를 밝혔지만, 배구계에는 '윗선 개입'이 이 사태의 원인으로 손꼽혔다.
신용준 흥국생명 단장은 지난 5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전에 앞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일부 오해가 있어 바로 잡겠다는 취지였다. 신 단장은 "선수 기용이 아니라 경기 운영에 대해 (권순찬) 감독과 (김여일) 단장의 갈등이 있었다"며 "로테이션에 있어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았다. (전임 김 단장은) 팬들이 원하는 것은 전위에 김연경과 옐레나가 같이 있는 게 아니라고 여겼다. 여기서 (감독과) 이견이 있었고, 갈등이 발생한 듯하다"고 밝혔다. 구단이 "감독에게 선수 기용에 관해 지시하거나 간섭한 적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리베로 김해란은 "이전부터 (김여일) 단장의 (선수 기용) 개입을 느꼈다. 사실 선수들은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구단의 개입으로 마음 상한 선수들이 많았다. 나 또한 역시 그랬다"고 털어놓았다. 김연경 역시 "이번 시즌에도 개입이 있었고, 이에 따라 패한 경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신용준 단장의 해명과는 정면 배치된다.
흥국생명은 10일 사과문에서 '선수 기용 개입' 대신 '경기 운영 개입'이라고 표현했다.
구단은 "최근의 사태는 배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경기 운영 개입이라는 그릇된 방향으로 표현된 결과다. 결코 용납될 수도 없고, 되풀이돼선 안 된다"며 "흥국생명은 앞으로 경기 운영에 대한 구단의 개입을 철저히 봉쇄하고 감독의 고유 권한을 전적으로 존중할 것이다. 구단의 굳은 의지가 단순히 구두선에 그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하겠으며,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경기 운영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흥국생명 배구단의 문화를 재정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핑크 스파이더스의 주인은 흥국생명 기업이 아니라 경기를 뛰는 선수들과 이들을 아껴주시는 팬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다시는 실망시키지 않도록 구단을 운영해 나갈 것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