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홍건희(31·두산 베어스)의 강속구는 건재할 전망이다.
올해 홍건희는 '4년 차 두산맨'이 됐다. KIA 타이거즈 시절 미완의 유망주로 불리던 그는 2020년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후 팀의 강속구 투수로 변신했다. 2020년 트레이드 전까지 홍건희의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3.4㎞였다. 두산 이적 후 평균 시속 147.1㎞로 시속 3㎞ 이상 빨라졌다. 2021년(시속 147.8㎞) 2022년(시속 147.5㎞)까지 3년째 빠른 스피드를 유지 중이다. 최고 구속은 시속 156㎞까지 찍혔다.
홍건희는 지난 16일 두산 창단식 후 인터뷰에서 “구속이 왜 늘었는지 모르겠다. KIA 때는 제구에 자신감이 없었다. 그래서 제구만 신경 쓰다 내 최고 구속과 퍼포먼스를 끌어내지 못했던 것 같다"며 "두산에 오자마자 김태형 전 감독님과 코치님들께서 '제구에 신경 쓰지 말고 힘으로 승부해라. (네 공을 스트라이크존으로) 때려 박아라'고 하셨다. 그대로 한 게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고 비결을 전했다.
구위가 달라지면서 역할도 바뀌었다. 선발과 불펜 어디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그는 두산 이적 후에는 3년 모두 필승조 임무를 맡았다. 특히 2021년에는 6승 6패 3세이브 17홀드 평균자책점 2.78로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이닝을 가리지 않고 가장 중요한 순간 등판하는 '불펜 에이스'가 됐다.
지난해에는 더 중요한 보직을 맡았다. 기존 마무리 투수였던 김강률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새 클로저로 나선 것이다. 홍건희의 평균자책점은 3.48로 조금 올랐고 패전도 9경기나 기록했다. 그래도 18세이브 9홀드를 수확하며 마무리 투수다운 성과를 냈다. 김태형 전 감독은 "6점 차에서도 낼 수 있는 투수가 홍건희·정철원·김명신뿐"이라며 얇은 불펜진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세 투수에 대한 믿음을 전하기도 했다.
마운드 밖에서 비중도 달라졌다. 2021년부터 투수 조장을 맡고 있는 홍건희 올해도 동료들을 이끌 가능성이 크다. 그는 “투수 조장은 스프링캠프에서 정해진다. 그런데 분위기를 보면 내가 할 것 같다"며 "2년 정도 해왔는데 형들이 잘 도와주시고 후배들도 잘 따라줘서 큰 어려움이 없었다. 작년과 올해 선수들이 많이 바뀌지 않았다. (올해 조장을 맡으면) 좋은 분위기로 시즌을 치를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홍건희는 지난 세 시즌 불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승부사' 김태형 전 감독과 함께했다. 특히 2021년 포스트시즌 7경기 중 5경기에서 멀티 이닝을 소화했다.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홀로 3이닝을 책임지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혹사 논란'이 그를 따랐다.
정작 당사자는 담담했다. 홍건희는 “주변에서 걱정도 많이 해주셨다. 그런데 원래 체력에 강점이 있어서 그런지 몸에 과부하가 온 적은 없다. 부상도 없었다"며 "해가 지날수록 오히려 몸이 잘 만들어진다. (부상에 대해) 방심하면 안 되겠지만, 여전히 체력에 자신 있다”고 웃었다.
홍건희는 올해도 유력한 마무리 후보다. 그런데 목표가 독특하다. 세이브 개수가 아닌 동점 상황에서 무실점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정규시즌 9위에 그쳤던 두산에서 개인 세이브만 쌓는 게 아니라 팀에 필요한 자리를 채우겠다는 뜻이다.
홍건희는 “수치 목표는 정하지 않았다. 목표에 집착하다 결과가 안 좋게 나오더라. (그보다는) 안 아파야 한다. 건강하게 한 시즌을 치르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며 “작년에 패전이 많았다. 대부분 동점 상황에서 점수를 줬다.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많을 거 같다. 어떻게 해야 잘 막고 팀 승리로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