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윤곽이 27일 드러날 전망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뒤를 이을 새 사령탑 결정의 관전 포인트는 내부 출신 인물과 외부 인사 간의 경쟁 구도다.
금융권에서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도전 의사를 밝히면서 내부 출신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겨룰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임원추천위원회가 27일 2차 회의를 열고 차기 우리금융 회장 최종 후보군(숏리스트)를 결정한다.
지난 18일 발표된 7인 롱리스트 명단에는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더불어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 박경훈 우리금융캐피탈 사장,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등 내부 출신 인사 5명을 비롯해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 등 외부 2명으로 구성됐다. 이번 2차 회의에서는 이를 2~3인으로 줄인 명단을 결정한다.
롱리스트가 발표되면서 금융권에서는 임종룡 전 위원장과 이원덕 은행장이 숏리스트 명단에 들어가 경합을 펼칠 것이라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렸다.
이원덕 행장은 현 우리금융 2인자로, 차기 회장 후계구도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는 인물로 꼽힌다. 앞서 신한금융지주가 조용병 회장의 용퇴로 조직의 2인자던 진옥동 전 신한은행장에게 바통을 넘겨준 것과 비슷하게 안정적인 후계 구도를 그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손태승 회장과도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우리금융 대표 전략통이기도 하다.
이원덕 행장은 지난 2020년 지주 부사장 당시부터 사내이사에 선임돼 지주와 계열사 전반을 아우르는 업무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대 농경제학과를 나온 이 행장은 지주 내부는 물론 금융당국과의 관계도 원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을 지휘하며 임기 첫 해인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 실적을 이룬 바 있다.
금융당국이 손태승 회장의 연임을 강하게 반대해온 측면에서 관치 논란도 피해갈 수 있다. 외부인사보다 조직 안정화를 이끌 내부 출신 인사를 선호하는 분위기도 이 행장의 뒤를 밀어준다.
이에 대적하는 임종룡 전 위원장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하고 금융위원장을 지낸 이력이 가장 강점으로 꼽힌다. 당국과 시장 모두에서 활약한 탄탄한 경험을 보유한 것이다.
임 전 위원장은 1981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재정경제부, 주영국대사관, 기획재정부, 대통령실, 국무총리실 등을 거쳤다.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후 2015년부터 2017년에는 금융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지난 24일 임 전 위원장이 차기 회장 입후보 의사를 밝히면서 이 행장과의 경합은 확실해졌다.
임 전 위원장은 “공직(금융위원장)에 있을 때 합병과 민영화 업무도 했고, 오랜 기간 우리금융에 관여를 많이 해왔다”며 “우리금융이 좀 더 잘했으면 좋겠고 거기에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금융의 최근 여러 사건·사고나 문제를 내부에서 치유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과도기적이지만 외부 수혈을 받아 쇄신을 기하는 게 필요한지 고민했다”며 “제가 자격이 있을지 대주주와 사외이사의 판단을 구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다만, 임 전 위원장은 롱리스트 후보 7명 가운데 유일한 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관치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임 전 위원장은 “정부가 조직이 원치 않은 사람을 그 자리에 강제로 앉히는 것이 관치"라며 “관료 출신인 만큼 관치라는 프레임을 벗어날 수는 없으나, 비난받아야 될 관치에 저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 금융위원장 자격이 아닌 NH농협금융 회장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이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의 반발은 거세다. 같은 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우리금융노동조합협의회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금융이 모피아와 올드보이들의 놀이터로 전락하는 상황이 생길까 매우 우려스럽다”며 “내부 출신 인사로 내정해 관치 논란을 불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금융은 2월 초 두 차례에 걸쳐 인터뷰와 프레젠테이션(PT) 등을 진행한다. 이후 단독 후보자를 확정해 사내이사 선임 절차를 거치게 된다.